혼란스러운 ‘경제성장률’
혼란스러운 ‘경제성장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4.3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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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경제성장률이 10년 만의 최저를 기록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 기초체력은 튼튼하기 때문에 거시 지표들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이야기다. 또, 문 대통령은 “1분기 부진을 극복하고 2분기부터 점차 회복돼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마이너스 성장에 대해 사과하거나 경제 운용의 잘못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대외 여건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하면서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외부 요인으로 책임을 돌렸다.

엉터리 통계로 현실을 왜곡하는 주장은 정부와 여당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OECD 회원국 36국 중 4국만의 성장률이 발표된 시점에서 민주당은 “지난해 한국이 성장률 1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다 미국 성장률이 우리보다 높게 나오자 이번엔 국무총리가 “미국에 이어 OECD 2위”라고 했다. 실제로 한국의 성장률은 36국 중 18위에 그쳤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이후 최저 순위다. 금방 들통 날 일을 속인 것이다.

우리의 1~2위 교역국인 중국과 미국은 올 1분기에 각각 6.4%(전년 동기 대비), 3.2%(연율)로 예상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했다. 세계경제가 둔화되고는 있지만 문 대통령 지적과 달리 대외 여건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이 견실한데도 우리만 역성장한 것은 정책 실패 등 내부 요인 탓이 크다는 뜻이다.

한국 경제가 올 1분기 성장률 ‘마이너스 0.3%’라는 충격에 빠진 가운데 삼성·LG 등 간판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이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 쇼크’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이의 반증이다. 노무라증권 등은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대 중반에서 1.8%로 크게 낮췄다. 1.8%는 한국은행의 전망치 2.5%보다 훨씬 낮고 올해 세계경제의 성장률 전망치 3.3%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경영학회·경제학회·정치학회 등 5개 학회는 지난달 26일의 토론회에서 “현 정부는 과거 개발경제 시절보다 시장 개입을 더 강화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이 오히려 약자에게 어려움을 주고 있다”며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재계와 학계에선 “이대로 가면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런 우려가 현실화할 조짐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투자가 비정상적으로 급감하고 국내 기업의 해외 탈출이 두드러진다. 정부의 적대적 기업정책, 세계 최고 수준의 인건비 부담, 강성 노조의 횡포, 과도한 규제와 세금 등에 못 견뎌 나라 밖에서 살길을 찾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가버리면 일자리도 떠나고 산업이 망가지고 재정도 바닥나 복지도 힘들어진다. 위기를 알리는 경고등이 여기저기서 깜빡이는데 이 정부는 “외부 요인 탓”만 하며 세금 퍼붓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어 걱정이다.

한편 청와대는 소셜 미디어 등에 “올해 성장률은 ‘3050클럽’ 중 가장 높을 것”이라는 주장을 올렸다. 인구 5천만 명, 1인당 소득 3만 달러 이상을 뜻하는 ‘3050클럽’은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 등이 해당된다. 오래전에 저성장·성숙 경제에 들어선 선진국들을 소득 3만 달러에 갓 진입한 우리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심지어 우리보다 1인당 소득이 두 배 가까이 높은 미국보다도 성장률이 낮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정부의 감세·규제 철폐가 기업들의 ‘야성적 충동’을 일깨웠다”고 했다. 혼란스러운 ‘경제성장률’만 고집하는 한국 정부만 거꾸로 가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필요하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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