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은 노동절
5월 1일은 노동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4.3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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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바다 속에도 범고래, 상어 등 수많은 포식자가 있다. 약육강식인 동물의 세계가 바다라고 해서 별반 다를 리 없다. 수중 먹이사슬의 하위에 있는 물고기들은 군집을 통해 자신들의 생명력을 이어가는 경우가 있다. 전갱이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전갱이 수만 마리가 떼를 지어 하나의 큰 덩치 같은 모습으로 보이게 해서 상위 포식자들이 섣불리 덤벼들지 못하게 한다. 생명을 지키는 보호본능의 발로이지만 실제 수중에서 촬영된 군집 모습은 어찌 보면 위압감을 주고 한편으로는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면 작은 물고기의 살기 위한 몸부림이 치열하기 짝이 없다.

사람 사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불과 이백여 년 전만 해도 사람은 다 똑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부리는 사람과 부림을 당하는 사람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사람 위에 사람이 존재했던 것이다. 그것을 당연시하며 수천 년을 살아온 것이다.

19세기 영국을 비롯한 산업화 국가의 노동자들은 매우 열악한 조건에서 일했으나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했다. 노예나 다름없던 노동자들의 지속된 투쟁으로 1820년대 영국은 노동조합 설립을 금지하는 법률을 폐지하고 노동조합을 합법화했다.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에서는 8만 명의 노동자와 가족들이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며 파업집회를 가졌다. 당시 미국 노동자들은 12시간의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으로 시달리고 있었다. 심지어 임금 삭감에 항의하다가 교수형으로 처형되는 일도 있었다. 이 날 노동자들은 평화적인 시위를 했으나 정부는 이들을 폭도로 몰아 발포하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사망하게 되었고 이 사건을 계기로 결국 8시간 노동제가 실현되었다. 5월 1일 노동절은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1894년 갑오개혁으로 인해 양반과 상놈을 구분 짓던 반상차별이 철폐되었다. 갑오개혁은 동학농민혁명과 연관이 깊다. 사람이 하늘이라는 동학의 가르침에 따라 신분의 차별을 타파하려는 전국 각지 민중의 횃불이 타오르자 억누르기에 한계를 느낀 정치권이 제도를 고치게 된 것이다. 권리는 그저 주어지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통감하는 역사적 대변혁의 중심에 서양과 다를 바 없는 수많은 민중의 피와 땀이 있었다.

그러나 상놈은 면천을 해도 상놈이었고 노비가 사라진 자리는 머슴이 채웠다. 약간의 세경을 쥐어주고 노예처럼 부려먹는 현실이 노비와 다를 바가 없었다. 머슴은 대한민국이 수립된 이후도 존재했다.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1960~70년대 노동자 특히 여성노동자들은 더 극심한 노동착취를 당했다. 적은 월급과 열악한 환경,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는 청계천 피복공장에서 일하던 어린 여성노동자들을 위해 싸웠던 전태일 열사가 남긴 일기의 한 대목을 보면 “정말 하루하루가 못 견디게 괴로움의 연속이다. 아침 8시부터 저녁 11시까지 하루 15시간을 칼질과 다리미질을 하며 지내야 하는 괴로움, 허리가 결리고 손바닥이 부르터 피가 나고, 손목과 다리가 조금도 쉬지 않고 아프니 정말 죽고 싶다. ……육체적 고통이 나에게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고통이 더욱 심하기 때문이다.” 차마 눈을 뜨고 읽어 내려가는 일이 힘들 만큼 청년 전태일의 아픔이 그대로 전해온다. 청년노동자 전태일은 1970년 11월 13일, 평화시장 일대 경찰들이 삼엄하게 진을 치고 있는 가운데 시장 앞에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온몸에 석유를 끼얹고 불을 붙였다. 그리고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내달렸다. 그리고 2019년 5월 1일 우리는 또 노동절을 맞이한다.

김성재 정의당 울산광역시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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