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암각화 보존, 사연댐 수위조절안 ‘탄력’
울산 암각화 보존, 사연댐 수위조절안 ‘탄력’
  • 이상길
  • 승인 2019.04.29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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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물 문제 해소 업무협약 체결울산 식수공급 원활하면 수위조절 가능시-문화재청 협력구도 견고해질듯

29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울산과 대구, 구미, 경북도 간에 맺어진 낙동강 물 문제 해소 업무협약은 울산으로서는 암각화 보존방안과 관련해서도 꽤 중대한 사건이다. 그로 인해 문화재청의 ‘사연댐 수위조절안’에 본격적으로 힘이 실리게 됐기 때문이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것도 그러한 연유다.

암각화 보존방안과 관련해 문화재청은 줄곧 사연댐 수위조절안을 고수해왔다. 암각화 보존방안의 최종 결정권자인 문화재청이 이 안을 고수해온 까닭은 주변경관 훼손이 거의 없기 때문.

암각화 하류에 위치한 사연댐의 수위만 낮추면 주변경관에 대한 훼손 없이 집중호우 시에도 암각화의 침수를 막을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역 주요 식수원인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면 식수공급에 차질이 우려되는 만큼 문화재청의 사연댐 수위조절안에 대해 울산시는 그 동안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수위를 낮춤으로써 발생하게 될 물 부족분을 타 지역에서 공급해 달라는 것. 바로 울산권 맑은 물 공급사업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지자체 간 협의불발로 계속 표류할 수밖에 없었다.

울산시는 청도 운문댐에서 대구시로 가는 하루 30만t의 물 가운데 7만t 정도를 울산에 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갈수기 물 부족 사태를 우려했던 대구시의 거절로 이 사업은 패색이 짙어져만 갔다.

하지만 이번 협약으로 물 공급 해결의 단초가 마련되면서 암각화 보존방안으로 사연댐 수위조절안도 덩달아 순풍을 타게 됐다.

사실 민선 7기 울산시는 암각화 보존방안과 관련해 이전 민선 6기까지의 자유한국당 집행부와 달리 주변경관 훼손을 하지 말자는 성향이 강했다.

진보성향으로 개발보다는 보전에 더 가치를 둔 것으로 민선 6기 집행부가 관광 분야에서 야심차게 추진했던 태화강 제트보트나 짚라인 사업을 사실상 중단한 것과 근본적인 궤를 같이 한다.

그래서 민선 7기 집행부는 암각화 보존과 관련해 초반에는 문화재청의 사연댐 수위조절안을 받아들이기 위해 물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18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송철호 울산시장과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장세용 구미시장이 함께 모여 낙동강 물문제 해소를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키로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합의는 한 동안 뚜렷한 진전 없이 지연만 됐고, 그로 인해 울산시는 투 트랙으로 잠시 한국수자원공사가 제안한 ‘신유로변경안’을 만지작거리기도 했었다.

이는 물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경우 암각화를 보존하는 방안으로 과거 박맹부 집행부가 검토했던 유로변경안을 수정한 안이었다. 하지만 주변경관 훼손이 불가피한 안이어서 중도에 폐기됐다.

대신 시는 문화재청과 사실상 처음으로 손을 잡고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유산등재를 협력 추진키로 방향을 선회했다.

투트랙 전략이 바뀐 것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등재가 1순위로 올라오면서 물 문제는 2순위로 다소 밀리는 분위기까지 연출됐다.

그 와중에 지역 내에서는 일부 학술단체들을 중심으로 암각화의 역사적인 가치와 물 문제를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순 없다는 시각이 힘을 받으면서 사연댐 해체를 통해 대곡천 일대를 예전 그대로 복원해 세계유산등재를 앞당기자는 목소리까지 높아졌다.

이들은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물 문제는 국가적인 지원으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런 가운데 이번 협약으로 물 문제 해결의 단초가 마련된 만큼 향후 암각화 보존방안은 사연댐 수위조협의에 무게가 실리면서 시와 문화재청의 협력구도는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시 관계자는 “물 문제와 관련해 지자체 간에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며 “더불어 암각화 보존방안으로 사연댐 수위조절안이 더욱 힘을 받게 됐다. 또 암각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울산시와 문화재청의 협력도 더욱 속도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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