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치킨게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2.0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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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수많은 영화 팬들의 심금을 울렸던 비운의 영화배우 제임스 딘이 주연한 영화 ‘이유 없는 반항’을 보면, 클라이막스 신으로 가면서 목숨을 담보로 한 자동차 게임이 벌어진다.

이것을 이름 하여 치킨게임이라고 한다. 치킨게임은 국제정치학에서 사용하는 게임이론 가운데 하나로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자동차 게임이었다.

이 게임은 한밤중에 도로의 양쪽에서 두 명의 경쟁자가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이다. 이처럼 어느 한 쪽도 양보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치닫는 상황을 보고 치킨게임이라고 한다.

지난날 이데올로기 냉전시대에 미국과 소련의 군비경쟁을 두고 이를 말하기도 했지만 오늘날에는 글로벌 기업들간의 총성 없는 살벌한 경제전쟁, 즉 생존경쟁을 두고 이르는 말이 되고 있다.

지난달 유럽의 반도체 D램 생산업체인 키몬다(Qimonda)사가 파산을 했다.

D램 생산에서 세계 5위를 차지하던 키몬다사의 파산으로 나머지 경쟁사들은 제품 가격 상승은 물론, 수익 개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기대감으로 주식시장에서 주가 역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반도체 산업에서 첫 번째 신호탄이 나왔지만, 글로벌 경쟁상대를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는 다른 산업에서도 이번 반도체 산업의 치킨게임과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성장률 전망치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각국의 교역 규모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MF 전망치를 보면, 2009년 1월 선진국과 이머징 마켓의 수출입규모는 80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1월 수출은 216억 9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32.8% 감소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특히, 세계 무역규모 축소로 가전과 자동차, 반도체 등 국내 주력 업종의 수출 감소세가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국면에서 글로벌 기업의 화두는 성장보다는 ‘생존’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생존을 위한 무대도 국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주력산업의 글로벌 기업 모두 현금 확보와 효율성 제고를 위해 급격한 감산 결정과 생산라인의 가동 중단, 추가 설비투자 보류 등의 결정과 감원, 연봉 삭감 등의 구조조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반도체산업에서 출발한 글로벌 치킨게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 LCD, 핸드폰, 자동차, 철강, 조선 등 국내 산업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기업들도 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생존을 위한 제일 중요한 요건은 안정적 재무구도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글로벌 기업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우리기업의 재무지표가 양호해 보인다. 글로벌 위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재무비율이 생존을 보증하는 보증서가 되지는 못하지만 재무 건정성은 기업의 체력을 말해주는 것이고 위기를 버텨낼 수 있는 여력을 가늠해 주는 단서가 된다.

또한 살아남는다는 전제하에 향후 경기 회복시 시장점유율 확대로 또 다른 성장의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위기의 한가운데서 상대적으로 내성이 강해지고 경쟁력이 강해진 우리 대표기업들에 거는 기대가 크다.

/ 김 기 석 대우증권 울산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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