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네시 주 시골마을에서 느낀 감회
美 테네시 주 시골마을에서 느낀 감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4.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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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외손자, 아내와 함께 울산을 출발한 지 20여 시간 만에 미국에 도착했다. 내슈빌(BNA) 국제공항에는 H사 미국 주재원인 사위가 반갑게 마중 나와 있었다. 밤이라 칠흑 같은 시골 고속도로를 달려 클락스빌 상고 지역에 있는 집에 도착했다. 아직 이삿짐이 도착하지 않아 먼저 이주해 온 사위의 상사와 동료들의 도움을 받았다. 열흘 후에야 이삿짐이 도착하니 사위가 심심하면 읽으라며 동료들 집에서 책을 10여 권 빌려다 주었다. 특히 ‘공부하다 죽어라’(류시화), ‘역사에서 배우는 경영과 리더십’(강기준), ‘의사 안중근’(신성국 신부)을 감명 깊게 읽었다.

미국 남동부에 있는 테네시 주는 켄터키 주를 비롯한 주변 8개 주로 둘러싸인 내륙이다. 테네시 주 면적은 우리나라보다 조금 넓지만 인구는 660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천혜의 땅이다. 그러나 1933년에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연방정부에 의해 창설된 TVA(테네시강 유역 개발계획)는 7개 주에 걸쳐 시행된 국토개발계획의 원형으로 세계최초의 대사업이었다. 그 결과 고질적인 테네시 강의 범람을 막고 수심이 깊어져 내륙운하로서의 기능이 크게 향상된다. 항구, 낚시터, 호수 등이 생겨 급격히 발전하게 되었다. 또한 주도인 내시빌은 록 음악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클락스빌에는 두 개의 한국 회사가 있다. 작년 10월에 준공한 한국타이어는 연 550만 개(최대 1천100만 개) 타이어를 생산할 수 있고 LG전자 세탁기 공장은 100만 대(최대 120만 대)를 생산할 예정이다. 특히 이 지역에는 HANKOOK ROAD와 LG WAY가 있어 한층 자부심을 가질 수 있으며 여기에서 미국인들의 열린 마음을 볼 수 있다. 월마트 쇼핑을 해보니 그 규모와 상품 종류에 가격도 비싸지 않아 부러웠다. 특히 육류, 식료품, 휘발유 가격은 한국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환경세 때문에 디젤유가 휘발유보다 3~4달러 더 비싼 점이 특이했다.

마을 근처의 리버티 공원과 로타리 공원은 지금도 기억에 새롭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강이나 산을 그대로 둔 채로 최소한의 조형물과 교량을 갖추었을 뿐이다. 그 넓은 지역 전체가 대공원이 된 것이다. GIMME A $5 SHOP에서는 금요일을 기다려 좋아하는 책 4권을 1달러로 살 수 있어 즐거웠다. 무엇보다 이곳 사람들은 선량하다. 늘 웃으며 인사하고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도 손을 흔들어준다. 또한 규칙을 철저히 지키며 남을 먼저 배려하는 것이 눈에 띈다. 차량이 별로 없는 조그만 사거리에서도 3초 이상 정지 후 회전하고, 항상 사람이 차도를 건넌 후 차량을 움직인다. 또 이곳은 은퇴자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주위를 둘러보면 운동 삼아 잔디 깎으며 산책을 다니고 주말엔 손주들과 노는 모습이 마냥 정겹고 한가롭다.

미국에 와보니 풍요, 느림, 여유가 느껴지는 클락스빌 시골마을에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모든 것이 완벽한 곳은 없다. 얼마 전까지 날씨변화가 심해 영하 8~9도로 꽃이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폭우로 캠버랜드 강이 넘쳐 리버티 공원으로 가는 다리도 잠겼단다. 더 심한 것은 작년 말 토네이도로 H타이어 공장 지붕도 일부 날아갔다. 토네이도는 봄과 여름 특히 4~5월에 걸쳐 많이 발생한다. 내부 기압이 낮아 회오리바람 안에 들어간 물체는 무엇이든지 위로 날려 보낸다. 로키 산맥에서 불어오는 차고 건조한 북서풍과 멕시코 만에서 불어오는 따뜻하고 습한 바람이 만나 만들어진다.

테네시 주 공원과 인근 켄터키 주를 다니면서 학창시절 배운 팝송 ‘Green Green Grass of Hom e’, ‘Oh, Danny Boy’, ‘My Old Kentucky Home’ 등이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자연경관이 너무 부러웠다. 그러나 외국에 오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는 말처럼 우리 가곡 ‘옛 동산에 올라’, ‘그리운 금강산’, ‘목련화’ 등을 들으니 눈물이 나고 만감이 교차하면서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우리는 과거에 일어난 일로 괴로워하며 또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걱정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과거는 이미 지나갔으며 미래는 미리 걱정할 필요 없이 지금 이 순간을 즐겁고 충실히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박순호 NCN 전문위원, 前 (주)민성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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