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딸 살해 사건 ‘징역 8년’ 선고… 母 재판 내내 눈물·잘못 인정
친딸 살해 사건 ‘징역 8년’ 선고… 母 재판 내내 눈물·잘못 인정
  • 강은정
  • 승인 2019.04.2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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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우리 사회가 동기 제공한 건 아닌지 돌아봐야”사회안전망 확충·가족공동체 복원 정책 필요 지적

딸과 말싸움하다 흉기를 휘둘러 딸을 살해한 사건을 두고 재판부가 “우리 사회가 이러한 불행한 사건의 동기를 제공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한다”고 지적했다. 범죄를 막기 위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가족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한 사회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26일 울산지법 형사11부(박주영 부장판사) 법정에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7·여)씨가 고개를 들지 못한채 눈물을 흘리며 서있었다.

A씨는 지난 1월 19일 오후 9시 10분께 자신의 집에서 딸 B(36)씨와 몸싸움을 하며 다투다가 흉기를 휘둘러 딸 B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A씨는 판결전조사에서 “딸이 18세인 사춘기때 내가 이혼한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라며 “아빠는 나를 버렸는데 엄마는 그러지마라고 말하면서 애정을 표현하는 등 애증이 있는 자식이었다”고 진술했다.

또한 “모든 잘못은 학창시절 피해자에게 따뜻하게 못해주고 잘못키운 자신과 남편에게 있다. 어떤 처벌이든 달게 받겠다. 딸에게 못했던 사랑을 손자에게 줘 딸에게 속죄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반성문을 수차례 제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친딸을 살해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고, 엄한 벌로 다스려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이 사건에서는 어머니가 친딸을 살해한 비정상적인 범죄에 대해 가정사를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조사결과 A씨는 40세인 2002년 이혼하며 홀로 지냈고, 이를 견디지 못한 피해자인 딸은 중학교때부터 수시로 가출하다 고등학교를 중퇴하는 등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잦은 음주와 폭언으로 서로 갈등을 빚다 참기 힘들어 자제력을 잃고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상태에서 범죄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불행한 사건 동기와 피고인이 겪은 사정을 양형에 참고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범행 직후 이웃에 도움을 요청했고 수사기관에 범행을 자백한 점, 피고인 남편이자 피해자 아버지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박주영 부장판사는 “우리 사회가 동기를 제공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가족간 범죄는 오랫동안 생활하며 쌓인 분노들이 한순간 폭발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막기 위해 높은 형량을 처벌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형사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개인이나 가정사로 치부해 끼어들지 않는 경향이 많으면서 이웃은 물론 가족간에도 무관심해지는 것이 우리사회의 현실”이라며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가족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한 정책이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들의 공통점은 따뜻하게 자신을 돌봐주거나 사랑을 준 사람이 없다는 점”이라며 “심리상담가, 사회복지사 등이 이들과 눈높이를 맞춰 ‘대화’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이혼가정에 대한 편견 없애기와 인식 전환이 필요하고, 범죄를 막기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신센터를 지역사회에 제공해야한다고 제언했다.

강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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