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의 민주시민교육… 이런 방법도
우리 아이들의 민주시민교육… 이런 방법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4.24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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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후보자들에게 묻겠습니다. 저는 오늘 다섯 번째로 이 토론회에 참가합니다. 그런데 후보자들이 내건 공약이 ‘어떻게 실천될 것인가’보다 ‘어떻게 실천되었는지’ 결과를 알고 싶었는데 어떤 후보자도 임기가 끝난 뒤에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후보자들이 내건 공약의 실천 결과를 어떻게 알려줄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이 말은 필자가 매산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할 때 2018학년도 1학기 학생자치회 선거일에 학생유권자 중 한명이 질문한 내용이다. 참고로, 필자는 2016학년도부터 학기마다 학생자치회 선거를 하기 전에 후보자와 유권자(4~6학년 전체학생)들이 강당에 모여 토론회를 가지도록 지도한 바 있다. 이 토론회의 목적과 방법을 간추리면 대략 다음과 같다.

먼저 토론회의 목적은 학생자치회가 진정으로 학생 전체를 대표하는 단체로 자리매김하도록 해서 학생들도 학교경영의 일부로 참여시키게 하려는 데 있었다. 그 다음, 토론회의 방법은 학생자치회 회장·부회장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단상에서 상호토론을 벌이게 하는 것이다. 이어 토론 과정을 지켜본 유권자들이 전체 후보자들에게 질문을 하고 지명 받은 후보자는 그에 대한 답변을 해야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이었다.

학생자치회 후보 토론회는 일반 정치인들이 하는 TV토론회와 거의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다만 이 토론회는 1회성으로 끝난다는 점, 토론회가 끝나면 그날 오후에 학생 개개인이 사이트를 통해 선거에 참여하는 점이 조금 다르다. 이 토론회에서는 해가 거듭될수록 공약사항이 구체성을 띠어 갔다. 또 후보자 상호토론과 유권자 질문은 그 내용과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너무나 진지해졌다. 지나간 일이지만, 2018학년도 3월의 토론회는 방송국에서 직접 나와 취재한 후 방영하게 했으면 더 좋았을 걸 하고 후회가 되기까지 했다.

2018년도 3월에 있었던 한 학생유권자의 질문은 감동적인 느낌을 필자에게 안겨주었다. ‘아! 나도 그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는데 어른이 아이들의 생각을 따라 가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매년 선거가 끝나면 당선자들과 학교장이 공약실천 팀을 꾸려 공약을 다시 손질하고 실천방안을 마련한 뒤 실천하는 것이 정해진 수순이었다. 그러나 지난해(2018년) 3월에는 당선자의 임기가 끝나는 7월과 2019년 2월에 방송으로 공약실천 결과를 발표하기로 방향을 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필자는 학생자치회를 전교생을 대표하는 기구로 활성화하고 학생들이 직접 사업을 만들어 실천하도록 유도해 왔다. 이 가운데 인상에 남는 한 가지를 소개하면, 2016학년도 학생회가 직접 사업으로 성사시킨 ‘학생자치회가 주관하는 예능대회와 피구대회’를 들 수 있다. 이 사업은 1학기에는 ‘예능대회’를, 2학기에는 ‘피구대회’를 하는 것이었는데, 참가 희망자 수가 많다 보니 예능대회는 예선과 본선으로 나누어 실시해야 할 정도였다.

이후 이 행사는 해마다 학생자치회의 고유 활동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2018학년도 학생자치회 팀은 피구대회를 별도사업으로 분리해 ‘매산 학생 기네스’로 이름을 바꾸고 스포츠관련 다양한 대회(피구, 긴 줄 넘기, 훌라후프 오래 돌리기, 공깃돌놀이 등)를 개최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학생자치회 사업은 계획서 작성→전교생에게 공고 및 접수→대회 개최와 진행→결과 발표 및 시상까지의 전 과정을 학생회가 주관했다. 심사위원도 학생회가 직접 교원·학부모·학생별로 고루 선정하게 했을 뿐 교사들은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 다만 학생자치회 담당교사는 학생회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담당하기 때문에 학생회 요청이 있을 때만 개입하도록 했다.

이미 지난 근무지에서 3년간 이 사업을 진행해오다 기억을 더듬어 글을 쓰는 이유가 있다. 우리 아이들의 민주시민교육과 이 사업을 깊이 연관시켜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초등학교에서의 민주시민교육은 우리 아이들의 현재의 삶과 깊이 연관되어 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학급토론회를 거쳐 전체 다모임 토론회에서 논의하고 그 결과를 변형 없이 학교 경영에 반영한다면 참 바람직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한다면 그들이 학교의 진정한 주인이 됨은 물론이거니와 그 방향성 또한 공동의 선과 이익을 위한 것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예를 들면 ‘학칙을 어떻게 제정할 것인가?’, ‘급식 잔반을 남기지 말도록 교육하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인가?’, ‘초등학교 대운동회는 하는 것이 좋은가? 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하는 것이 좋은가?’ 하는 것 등이 좋은 토론주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일의 실천은 우리 아이들의 생각이 어른의 그것을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을 가져오게 하지 않을까? 이는 또 아이들의 자기주도적 학습역량과 창의적·비판적 사고력을 신장시키고 올바른 민주시민의 자질을 기르게 하지 않을까? 지극히 개인적이지는 모르나 문득 이 같은 생각이 들어 지난 경험을 글로 옮겨 써 본다.



정기자 울산광역시교육청 창의인성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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