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발목 잡는 ‘대기업 임금’
한국경제 발목 잡는 ‘대기업 임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4.23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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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보다 30% 이상 높다지만, 대기업 근로자 임금은 한국이 일본보다 1.5배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2017년 종업원 500인 이상 대기업의 월평균 임금이 한국은 535만원, 일본은 346만원으로, 한국이 55% 더 높았다고 중소기업연구원이 밝혔다. 이로 인해 청년들은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고 중소기업은 사람이 없어 애먹는 악순환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대기업 강성 노조들이 강력한 교섭력을 무기로 매년 높은 임금 상승을 관철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주로 민노총에 소속된 대기업 노조들은 투쟁 노선을 치달으며 기득권 사수에 매달리고 있다. 르노삼성차 생산직 연봉은 일본 공장보다 20% 높은데도 노조는 전 세계 르노 공장 어디에도 없는 ‘작업 전환배치 때 노조 동의 의무화’를 요구하며 파업을 계속 중이다.

한편 현대차의 평균 연봉은 9천200만원으로 도요타(8천344만원), 폴크스바겐(8천487만원)을 훨씬 웃돈다. 임금은 세계 최고인데 생산성은 꼴찌다. 차량 한 대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시간이 현대차 울산공장은 26.8시간에 달해, 일본 도요타(24.1시간)나 독일 폴크스바겐(23.4시간), 미국 포드(21.3시간)보다 훨씬 길다. 이런 고비용·저생산성 구조로 기업이 유지된다는 것이 기적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지난 22일 발표한 ‘한국과 일본의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비교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직원 1~4인 규모의 한국 중소기업의 월 평균임금은 174만5천원으로 일본 중소기업(직원 1~4인)의 평균임금 227만원의 76.9%에 불과했다. 5~9인 중소기업의 경우 한국 기업의 평균임금은 258만3천원으로 일본(266만5천원)의 96.9%였다.

반면 500인 이상 대기업의 평균임금은 한국 기업이 534만7천원으로, 일본 기업(345만5천원)보다 54.2% 높았다. 그 결과 한국의 대기업과 1~4인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는 360만2천원으로, 일본(118만5천원)의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5~9인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임금격차는 한국 276만4천원, 일본 79만원이었다.

특히 한국 산업의 시간당 임금은 지난 20년간 154% 올라 미국(76.3%)·독일(54.9%)의 2~3배 수준에 달했다. 반면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54%, 독일의 57% 수준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이 급속하게 인상되면서 지난해 중소 제조업체 제조원가 중 인건비 비중은 1년 새 8.3%p 늘어난 36.5%로 높아졌다. 인건비 압박을 받는 기업으로선 공장 자동화나 해외 이전을 통해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제조업 근로자 1만명당 로봇 대수가 10년 전 171대에서 작년엔 710대로 급증했다. 공장의 해외 탈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기업들의 국내 투자는 1.6% 감소했지만 해외 투자는 9% 늘었다. 중소기업 해외 투자는 37%나 급증했다. 그만큼 일자리와 국부(國富)가 빠져나간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인건비 부담을 덜고 강성 노조의 폭주를 제어할 수 있는 노동 개혁엔 손도 안 대고 있다.

왜곡된 노동구조를 개혁하기는커녕 도리어 역주행을 계속하고 있다. 전(前) 정부가 어렵사리 뚫어놓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는 집권 직후 폐기했고 저성과자 해고와 임금피크제 요건 완화도 백지화했다. 그러면서 기업보고 투자하라고 재촉하고 압박한다. 일본보다 높은 인건비로도 우리 경제가 당분간은 지탱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경제 발목 잡는 대기업 임금으로는 결코 지속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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