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막는다더니… 지문인식제 ‘무용지물’
임금체불 막는다더니… 지문인식제 ‘무용지물’
  • 강은정
  • 승인 2019.04.2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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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근로자들 시교육청서 임금체불 항의 시위지문인식제, 공사 6개월 이상 남은 현장만 적용6개월 미만인 곳 제도 적용 못해‘사각지대’노출

울산시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공사현장 건설근로자 임금 보장과 체불을 방지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제도가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제도 사각지대에 놓여 관리감독이 소홀해진 공사현장에서 임금체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23일 신축학교 공사현장 근로자 12명이 시교육청을 찾아 “임금체불을 해결해 달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고도 돈을 받지 못했다”라며 “교육청이 나서달라”고 외쳤다.

이들은 북구의 한 학교 공사현장에 일하는 인부들로 임금 3천100만원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근로자들은 교육감과 면담하겠다며 기다렸지만 만나지 못한 채 결국 발길을 해당 학교로 돌려 시위를 이어갔다.

사태 진화에 나선 시교육청은 건설업체 관계자들과 중재를 통해 임금 지급을 약속하는 등 근로자들을 달랬지만 소용없었다.

근로자들은 “업체가 4개월째 임금지급을 미루고 있다”라며 “더 이상 못 기다린다. 지금 당장 일한 대가를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공사의 체불사유는 원청과 하도급사간 지급지연이 주원인이다. 발주처인 시교육청은 원청업체에 공사비를 지급했다며 건설업체에 책임을 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법적 책임은 다 한 상태”라며 “업체 간 의견을 조율해서 부당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울산시교육청의 ‘지문인식제’는 공염불이 됐다.

시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시행한다며 홍보한 이 제도는 공사기간이 6개월 이상 남은 공사현장에 적용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시교육청은 이 제도를 통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임금체불을 방지하고, 불법하도급 등을 단속한다. 또한 지문인식기에 등록된 근로자에게 교육청이 직접 인건비를 지급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체불임금이 드러난 현장은 공사기간이 4개월 남은 상태여서 기준(6개월)을 만족시키지 못해 ‘지문인식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로 인해 관리감독이 소홀해 지면서 우려하던 근로자 임금 지급 지연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6개월 이상이라는 기준보다 모든 공사현장에서 적용됐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곳과 인근의 또 다른 공사현장이 지문인식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라며 “공사기간이 늘어나면서 임금체불이 발생한 것 같다. 빠른 시일내에 해결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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