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목문학회, 결성 5년만에 창간호 발간
시목문학회, 결성 5년만에 창간호 발간
  • 김보은
  • 승인 2019.04.23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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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렬 울산대 교수 지도 받은 회원 16명으로 구성… 13명 詩 57편 현실 모습 담아내
시목문학 창간호 책표지.
시목문학 창간호 책표지.

 

“수면 아래서 뛰어오르는 물고기처럼/시는 낮은 곳에서 온다는 걸 알았지//알락꼬리마도요가 칠게를 잡기 위해 부리를 휘듯/우린 창 없는 교실에서/쓰고 지우기를 몇 봄/언어의 심연에서/회전하는 부호를 찾느라/배회(徘徊)했다//시목(詩木)은 시목(詩目)이다”(시목문학 창간호 중 여는 글)

시목문학회가 결성 5년만에 창간호 ‘모릅니다’를 펴냈다.

시목문학회는 2008년부터 구광렬 울산대학교 교수(시인, 소설가)의 지도 아래 경주 동리목월문학관에서 함께 시를 배운 울산 시인들이 주축이 돼 2014년 만들어졌다. 제대로 시를 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똘똘 뭉친 문학회다.

현재 대구, 경주, 부산의 시인들도 포함해 총 16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연령대는 50대에서 70대까지며 신인도 있으나 대부분 10년 이상 활동을 한 기성시인들이다.

회원들은 5년간 갈고 닦은 솜씨를 창간호에서 펼쳐보였다.

창간호에는 박산하 회장을 비롯해 김검수, 김도은, 김뱅상, 김숲, 박순례, 박장희, 윤유점, 이월숙, 이희숙, 임성화, 임정진, 최영화 등 회원 13명의 시 57편이 실렸다. 이들을 지도한 구광렬 교수의 초대시 ‘바오밥’도 수록됐다.

“글마가 노랑을 갖고 왔나요/절마가 파랑을 줬나요/일마가 빨강을 버렸나요/모르는 게 뭡니까 검정입니다/아는 게 뭡니까 하양입니다/가가 가고 야가 가고 자가 가압니까 검정입니다/일마가 절마, 글마가 일맙니다 검정입니다(시 ‘모릅니다’ 중에서)”

박산하 회장이 쓴 표제작 ‘모릅니다’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경상도 사투리를 써가며 노랑을 갖고 왔나, 파랑을 줬나 따져 묻지만 알 수 없는 대꾸만 이어진다. 현실의 모습을 시로 옮겨 적은 것이다.

박 회장은 “시대의 의미를 담은 시다. 뉴스에 보면 잘못을 하고도 무조건 모른다고 하거나 엉뚱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죄가 없는 사람도 없지만 겉만 번지르르하게 말하려고 하는 사회의 모습을 시로 승화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시처럼 책에는 김검수의 ‘들끓는 카톡’, 김도은의 ‘터미널케이스에 갇힌 열일곱’, 임성화의 ‘원조추어탕’ 등 현실에서 한번쯤 겪어볼 법한 순간들을 써내려간 시들이 여럿 보인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건 책을 펼치는 순간 만나는 입술 사진들이다. 창간호에 참여한 회원 13명의 입술이다. 다소 식상한 얼굴 사진 대신 입술 사진을 넣어 독자들이 표제 ‘모릅니다’에서 한번, 입술 사진에서 한번, 시집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박산하 회장은 “지방 중에서도 변방인 울산에 살면서 시 조차 서울을 중심으로 쓰여짐을 느낀다. 창간호에 실린 시들처럼 진정성 있는 소재들을 문학적으로 소화해 수준 높은 문학을 보여주고 싶다”며 “울산을 시로 풍요롭게, 부드럽게 하는 역할을 시목문학회가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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