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달걀 (Easter eggs)
부활절 달걀 (Easter eggs)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4.2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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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아 보이는 달걀이 때론 유익하고 의미 깊은 선물이 되기도 한다. 달걀 껍데기가 화학반응의 촉매성 역할로 수소와 그래핀 개발에 효자노릇을 한다는 사실은 UNIST 연구진의 연구 성과가 잘 말해준다. 연구 성과는 19일 국제학술지 ‘Advanced Materials’에 실렸다.

달걀의 효자노릇은 기독교에서 성탄절 다음으로 받드는 ‘부활절’에 화려하게 되살아난다. ‘부활절 달걀’을 뜻하는 ‘이스터 에그(Easter eggs)’란 이름으로 예수 부활의 의미를 해마다 되새기게 해주는 것. 올해 ‘부활주일’(4월 21일)에 필자가 선물 받은 삶은 달걀 껍데기에는 ‘Happy Easter’란 글자가 선명했다.

그렇다면 ‘부활절’과 ‘부활절 달걀’의 언제 어떻게 유래했을까? 부활절 달걀의 유래는 부활절의 그것과는 달리 설명이 좀 더 길다. 흥미로운 것은 부활절 달걀에 관한 언급이 신구약 성경 어디에도 없다는 것, 그리고 기독교 신자들이 이 풍습의 유래에 대해 별로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활(復活)’ 사상은 차별성 뚜렷한 기독교만의 특징이다. 기독교인들에게 부활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장사 지낸 지 사흘 만에 무덤에서 다시 살아나신’ 가장 기적적이고 역사적인 사건이다. 기독교 신앙의 탯줄과도 같은 사건인 것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한 ‘부활절’은 초대교회(=初代敎會=AD 33~150년 무렵에 성립된 원시기독교시대의 교회들) 당시로 거슬러 오른다. 오늘날 지켜지고 있는 부활절은 모두 ‘제1회 니케아 공의회’(=AD 325년, 로마황제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 교리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던 회의) 때의 결정을 따른 것이다.

시기는 춘분(3월 21일경) 후 최초의 만월(滿月) 다음에 오는 첫째 주일이 보통이다.

그런데 ‘부활절 달걀’의 유래라면 ‘로자린드 부인’ 설(說)이 곧잘 회자된다. 독일여성 로자린드는 십자군전쟁에 나간 남편을 찾으러 갔다가 머물게 된 프랑스 어느 산골마을의 아이들에게 부활절을 맞아 예쁘게 색칠한 달걀을 하나씩 나눠주었고, 그 달걀 가운데 하나가 마침내 남편과의 극적인 재회를 가능하게 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부활’의 영문자가 ‘Easter’란 점은 기이한 느낌을 준다. 인터넷바다에 떠도는 문답들을 모아보면 흥미로운 사실들이 발견된다. 한 네티즌은 출처가 ‘가톨릭 백과사전’이라며 이렇게 인용한다. “봄이 돌아온 것을 축하하는 이교(異敎)의 많은 관습들이 부활절에 들어왔다.…달걀은 이른 봄 생명의 소생을 상징한다.” 또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한다. “페니키아의 성(性) 숭배자들은 봄철을 신성하게 여겼다. 그들이 받드는 다산(多産)의 여신(女神) 아스타르테 곧 이슈타르(그리스의 ‘아프로디테’)의 상징물은 달걀이었다. …그러므로 부활절은 배교자(背敎者)들이 이교도들의 관습을 따라하면서 생긴 가증스런 축제일이다.”

이쯤 되면 혼란이 극에 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활절이 고대 이교에서 들여온 풍습이고 다산 신의 상징’이라는 설을 뒷받침할만한 기록들은 몇 가지가 더 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Easter(부활절) 축제가 지켜졌다는 사실은 신약성경 어디에도 없다. 이교의 풍습을 교회가 수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옥스퍼드 사전’ 역시 “부활절은 크리스마스처럼 고대 이교의 축제를 대신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네티즌은 “부활절, 즉 이스터(Easter)는 봄의 여신 오스타라(Ostara)에게 다산을 비는 축제”라는 주장을 은근히 거든다. 또 ‘오스타라 여신’을 ‘왕성한 생식과 다산을 상징하는 성적 여신’이라며 ‘달걀도 생식과 다산을 상징하지 부활의 상징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한 기독교 종파가 부활절에 ‘달걀’ 대신 ‘떡’을 나눠 먹는 전통을 고집하는 것도 그 때문일까?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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