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의 시간은 어떻게 소비되고 있나요?-‘인 타임’
지금 당신의 시간은 어떻게 소비되고 있나요?-‘인 타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4.1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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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 타임' 한 장면.
영화 '인 타임' 한 장면.

 

 

앤드류 니콜 감독의 <인 타임>은 시쳇말로 망작(망한 작품)이다. 데뷔작인 <카타카>에서 미래 사회의 한 단면을 통해 인간과 운명의 관계를 깊이 파고들어 극찬을 받았던 감독은 <인 타임>을 통해서도 비슷한 시도를 하게 된다.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카타카>에서는 ‘우성인자를 가진 인간’과 ‘열성인자를 가진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다는 게 가상의 설정이었다면 <인 타임>은 시간이 화폐로 사용되는 설정을 통해 자본주의의 저주에 걸린 지금 인류의 삶을 들여다보려 했던 것. 허나 참신한 설정은 밋밋한 스토리와 전개에 막혀 결국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고 만다. 그렇다. <인 타임>은 소재만 참신했지 재미는 별로다.

하지만 이 영화, 깊이 생각해보면 던지는 메시지만큼은 꽤 묵직하고 크다. 다들 물질만능주의에 매몰돼 쉽게 잊고 사는 중요한 가치 하나를 반어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그건 바로 ‘시간’이고 감독은 시간이 화폐로 사용되는 가상의 미래를 통해 “사실은 시간이 돈보다 더 중요하다”며 자본주의에 찌든 세상에 일갈을 날린다. 물론 다들 익히 아는 뻔한 교훈이다.

하지만 안다는 것과 느낀다는 것은 다르기 마련. 이 영화를 통해 머리로 알고는 있지만 가슴으로 느끼지는 못하는 시간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겨 보시길.

<인 타임>에서 가상으로 그려진 미래 사회는 대략 이렇다. 모든 인간은 25세가 되면 노화를 멈추고, 팔뚝에 새겨진 ‘카운트 바디 시계’에 1년의 유예 시간을 제공받는다. 이 시간으로 사람들은 음식을 사고, 버스를 타고, 집세를 내는 등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시간으로 계산한다.

그러니까 자신이 갖고 있는 돈이 아니라 시간을 주고 구입한다는 이야기다. 가령 커피 한 잔의 가격은 4분이고, 권총 1정은 3년이다. 또 스포츠카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59년의 시간을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주어진 시간을 모두 소진하고 13자리 시계가 0이 되면 그는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된다.

해서 부자들은 몇 세대에 걸친 시간을 갖고 영생을 누릴 수 있지만 가난한 자들은 하루를 겨우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노동으로 사거나 누군가에게 빌려야 한다. 그것도 안 되면 훔쳐야 했다.

가난한 노동자로 하루하루 삶을 연명하던 주인공 윌(저스틴 팀버레이크)은 엄청난 부자로 수 천 년의 시간을 보유한 해밀턴(맷 보머)이란 남자를 우연히 구해주게 되면서 100년의 시간을 선물 받게 된다.

하지만 얼마 후 해밀턴이 시체로 발견되면서 윌은 쫓기는 신세가 되고 누명을 벗기 위해 부자들만 모여 사는 ‘뉴그리니치’로 잠입한다. 이후 윌은 소수의 영생을 위해 다수가 죽어야 하는 현 시스템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간의 가치를 쉽게 잊고 사는 건 시간이란 게 숨 쉬는 공기와 같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시간도 공기처럼 아주 당연하게 주어지기 때문에 그 가치를 잘 모른다는 거다. 허나 자신의 삶이 끝나는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게 되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죽을병이든 뭐든 영원할 것 같았던 삶이 시한부 인생으로 바뀌면 고작 1분, 1초의 시간이라도 그것은 다이아몬드보다 더 귀해진다. 결국 <인 타임>은 시간이 화폐처럼 사용되는 영화 속 설정을 통해 우리가 돈을 소비하듯, 사실은 지금 이 순간에 시간도 함께 소비하고 있음을 사람들이 우선 알아주길 바란다.

아울러 돈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는 것보다 시간의 사용처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이 따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왜? 돈은 아무리 써도 다시 들어오는 경우가 생기지만 시간은 그렇지 않기 때문. 다시 말해 돈은 수입과 지출이 모두 가능하지만 시간은 수입이 있을 수 없다. 오로지 지출만 존재한다.

물론 시간의 사용처에 대한 가장 현명한 해답은 물어보나마나 ‘행복’일 터. 그래서 앤드류 니콜 감독은 영화 속 이야기처럼 소수의 가진 자들을 위해 굴러가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노예가 돼 돈을 버는 데 평생을 갖다 바치지 말고 자신 만의 행복을 위해 순간순간 소비되는 시간의 사용에 더 집중하라고 충고한다.

영화 속 결말과는 달리 어차피 현실에서는 시스템을 바꾸기가 힘드니까.

물론 돈이 많으면 완전 좋다. 하지만 돈이 없다고 행복할 수 없냐면 그건 또 아니다. 행복이란 게 그렇거든. 그것도 결국은 기분일 뿐이다.

따뜻한 봄 햇살이나 가벼운 산들바람에도 쉽게 좋아지는. 해서 잘 벌리지도 않는 돈을 위해 수입이 전혀 생기지 않는 귀한 시간을 갖다버리는 것만큼 멍청한 짓이 또 있을까. 다들 한 번 뿐인 인생인데.

2011년 10월27일 개봉. 러닝타임 109분.

<이상길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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