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詩] 꽃가라 / 장미화
[디카+詩] 꽃가라 / 장미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4.1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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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월급 받은 다음날

꽃 가라 천으로

옷 지어 입고 거울 앞에

서 있는 어머니

영락없는 여자다

 

장미화 선생님의 디카시 꽃가라를 감상합니다. 활짝 핀 꽃들에게 잠시 한눈을 팔아 봅니다.

나도 나이가 들었나 조용하던 연못에 돌을 퐁당 던지듯 생각에 빠집니다. 막 시집와서 시어머니가 어렵게만 느껴질 때 첫 생신이 다가와 선물을 뭘 해드릴까? 백화점을 헤매고 다니다 친정언니에게 전화를 했더니 나이가 들면 꽃무늬가 최고다 꽃무늬로 된 블라우스를 하나 사드려라 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말 그대로 붉은 꽃가라로 된 블라우스를 사드렸어요. 훅 단번에 반하시는 시어머니를 보면서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시어머니 옷장 속에는 온통 꽃가라 천지였고 마당 한복판 빨랫줄 맨 끝에 이제 갓 피어나려는 꽃봉오리가 시어머니 속옷인 팬티였다는 걸.

장미화 선생님 어머님도 그러하듯 우리 시어머니도 열혈 꽃가라 팬이었다는걸 그때 알았습니다. 이제는 시어머니에게 잘 보이고 싶으면 꽃가라 손수건 한 장이라도 내밀어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공자는 나이 마흔 살에는 미혹되는 일이 없다며 불혹이라고 청했다고 합니다. 근데 거짓말 같아요. 제가 나이 40이 넘어가자 꽃가라가 저를 유혹합니다. 

저도 시어머니처럼 꽃가라가 좋은 거예요 큰 꽃가라, 작은 꽃가라 무엇이든 좋습니다. 주름이 늘어갈수록 꽃가라가 더 좋아지는 건 왜일까요? 저도 꽃처럼 예뻐지고 싶다는 것일까요? 그러고 보니 우리 친정 엄마도 꽃가라를 좋아했네요. 

늘 희생만 강요당하던 우리 어머니 시절 모처럼 옷을 사는데 단 한벌을 사더라도 나에게 위로해주듯 그런 꽃 같은 것이 좋았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나이가 들수록 더 여자가 되고 싶은 어머니들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천지로 피어나는 꽃가라를 보면 장미화 선생님께서도 친정 엄마가 많이 그리울 거예요 그러면서 또 친정엄마를 닮아가고 그런 것이 여자의 삶이겠지요. 글=박해경 아동문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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