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배의 비상(飛上), ‘울산우리배연구회’의 출범
우리 배의 비상(飛上), ‘울산우리배연구회’의 출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4.1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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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배내, 이화 등의 지명을 가진 천혜의 배나무 자생지였다. 근대화시기에 개량된 배의 최적 재배지였던 것이다. 오늘날처럼 달고 아삭한 배가 첫 선을 보인 것은 1906년 일본인 농학박사 ‘창방’이 신품종을 들여오면서였으니 어느덧 113년이나 되었다. 그동안 많은 품종의 대부분은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현재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신고’도 일본에서 들여온 품종이다. 3·1만세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에 아직도 일본 품종이 주류를 이루다니, 만감이 교차한다.

일본인 창방이 이 땅에 배를 심은 지 108년이 지나서야 대한민국에서 만든 우리 배가 우리 이름표를 달고 소비자로부터 호평을 받기 시작했다. 그것도 울산이 최초였다. 1세기 만에 우리가 만든 새로운 배 품종이 브랜드화 되기까지에는 열정적인 인물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다. 농업기술센터 김경상 지도사가 그 주인공이다. 2015년 처음으로 ‘황금실록’이라는 이름의 브랜드를 선보였다. ‘황금실록’이라는 이름에는 황금배가 조선왕조실록처럼 오랫동안 이어지길 바라는, 즉 황금배를 우리 배 재배역사에 기록될 의미 있는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그의 의지와 집념이 담겨있다.

‘황금실록’에는 ‘껍질째 먹어도 안전하고 맛있는 배’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크기는 작아도 9월 중순에 제 맛이 드는 황금배의 특성을 잘 살려 명절은 물론 평상시에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고자 했다. 껍질째 먹기에 편리하고, 당도가 12°Bx 이상으로 달고 맛있으며, 잔류농약이 전혀 검출되지 않아 안전을 보장한다. 브랜드 출시 4년에 접어들면서 재배면적이 5배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 브랜드 인지도도 점점 높아져 지난해에는 ‘신고’ 품종보다 무려 3.5배에 가까운 소득을 올렸다.

올해부터는 신품종 우리 배 단지를 만들어 생산과 소비에서 수출까지 다변화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기술 개발과 신품종 재배 확대를 통해 울산배의 경쟁력을 높이는 사업이다. 배의 재배면적이 줄어든다지만 울산의 과수 중 배는 2018년 12월 기준 953호, 757.4ha로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다. 이처럼 100년 역사를 가진 울산배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소비자가 좋아하는 배를 생산·공급해야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배꽃 피는 시기가 앞당겨져 올해는 이미 4월 2일에 배꽃이 어는 동해(凍害)가 발생했다. 특히 꽃 피는 시기가 빠른 ‘신고’를 심은 137ha 재배지에서 피해가 예상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신고’ 편중에서 벗어나 신품종의 보급을 늘려 숙기(熟期)를 분산시키는 것이 절실하다. 앞으로 100년, 울산배의 미래경쟁력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울산우리배연구회’라는 농업인단체를 민간주도형으로 만들었다. 참여농가가 61농가에 재배면적도 34ha나 된다. 1ha의 땅을 확보하기도 어려운데 34ha라면, 첫 출발부터가 성공 예감이다. ‘울산우리배연구회’는 먼저 소비자가 좋아하는 맛있는 배를 중심으로 산지 조직화를 유도한다. 여기에 걸맞은 우리 배 품종으로는 황금배, 그린시스, 슈퍼골드, 조이스킨, 한아름, 신화 등이 있다.

4월 12일 울산농업기술센터에서 출범식을 갖는 것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일이다. 출범 행사에서는 배 재배·가공기술 지원 MOU가 체결되고 구체적인 실천방안도 마련된다. 행사에는 농촌진흥청 배연구소, 울산농업기술센터, 울산원예농협, ‘울산우리배연구회’가 참가한다. 울산우리배연구회는 앞으로 김경상 지도사가 개발한 친환경 과피(果皮)얼룩 방제 기술과 품종 갱신을 위한 ‘펀치 접목’ 기술 보급으로 안정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게 될 것이다. 이밖에도 지베렐린(GA) 무처리, 배꽃 동해 방지를 위한 ICT 기술, 소포장(5kg) 유통, 소비 홍보행사 및 품평회 개최 등의 지원을 받아 경쟁력을 높여나갈 것이다.

여기에 더해 도입해야 할 과제도 있다. 비가림시설 등의 과수원 기반 조성을 통해 AI스마트농업 등 첨단기술 적용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일이다. 이렇게 되면 신품종 우리 배는 품질과 안정성은 물론 가격경쟁 면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현재 미국 등지에 수출되고 있는 우리 배의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고 대한민국 과수산업에서 배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짐은 물론 농가의 확실한 소득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우리 배의 새로운 100년은 울산우리배연구회 회원들의 땀과 노력으로 구체화될 것이다. 훗날 2019년 4월 12일은 ‘우리 배 비상(飛上) 1백년’의 깃발을 높이 들어 올린 날로 기억될 것이다.

<윤주용 울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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