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울산의 명소 ‘목도 상록수림’
잊힌 울산의 명소 ‘목도 상록수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4.10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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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인어공주’ 전설이 숨어 있는 신비로운 섬이 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산읍 방도리 산 13번지에 있다. 현재는 온산공단 안에 S오일(오드펠 터미널 전용 부두)에서 280m 정도 떨어진 작은 섬이다. 동해안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상록수림이 어부림으로 조성되었던 곳이다. ‘어부림’이란 바닷바람을 막고 어군을 유도하기 위해 해안 가까이 조성한 숲을 말한다.

울산의 빼놓을 수 없는 자연환경 자산이자 한반도의 난·온대 기후를 대표하는 동해안 유일의 상록수림이라는 점에서 1962년 12월 3일 국가가 천연기념물 제65호로 지정했다. 공식적인 명칭은 ‘목도 상록수림’이다. 울산지방 유일의 유인도였으나 공단 입주 이후로 사람이 살지 않고 있다. 백 년 이상 된 동백나무와 50년 이상 된 소나무와 벚나무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목도(目島)라는 말은 섬 모양이 동물의 눈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목도(동네이름)에 있는 섬’이라는 뜻도 된다. 신라 때부터 기르기 시작한 대나무가 많다고 죽도(竹島)라고도 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는 이곳의 대나무로 화살을 만들어 나라에 바치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그 이후 대나무는 이 섬에서 점차 줄어들었다. 지금은 거의 없다.

주민들은 주로 춘도(椿島)라고 불렀다. 춘도섬, 춘도공원이라는 것은 일본인들이 방도리에 거주하면서부터 생긴 이름으로 일본식 표기법에 의한 것이다. 예전에 목도에 춘도국민학교도 있었다. 동백나무가 무성해졌으니 동백섬(冬柏)이 가장 타당하지 않을까? 14세기경의 세종실록지리지에 울산국 동백도 제하의 글이 나온다. “동백도는 군의 남쪽에 있다. (권 150) 동백이 섬 가득하므로 동백도라 하였다.” [신증동국여지승람 권 22, 경상도 울산군]

옛날부터 무척 아름다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성종 때 영남학파의 거두인 김종직도 이곳을 다녀갔을 정도였으니….

“옛날 선산 사람 김양보가 고을 사또와 함께 놀러왔다가 술이 얼큰히 취해 돌아가는 길에 배가 뒤집혀 기생 30여 명과 함께 모두 빠져 죽었다. 이 지방 사람들이 말하기를, 이 섬 안에는 뱀이 많았는데 김양보가 놀고 있을 때 뱀 한 마리가 나온 것을 죽여 이 같은 변을 당했다고 한다.” [점필재집 4권] 이를 보고 ‘동백도’라는 오언시를 남겼다.

<봄 경치가 작은 섬을 뒤덮으니 눈 속에 붉은 구름 피어오르는 듯하네./ 자라가 일으키는 사오 리 파도는 찬란히 비단 실로 수를 놓은 듯/ 그 누가 마음껏 즐겨 바닷가에서 질탕하게 풍악을 울렸던가./ 전룡은 본래 시기가 많아서 대낮에 요기를 부리니/ 목란배 젓다가 홀연 잘못하여 미인들을 물고기배에 장사지내고 말았네./ 해마다 꽃구경하는 계절이면 부질없이 지전을 불사르나니/ 학성의 천 년의 한이여 미인들을 모두 물에 빠져 죽게 했구나.> (점필재 연구소 역)

동백섬은 십 수 년 전만 해도 봄이 오면 사람들이 즐겨 찾는 봄나들이 명소였다. 호수 같은 바다에서 뱃놀이를 즐기고 섬 둘레에 있는 횟집에서 싱싱한 회를 먹을 수 있어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무분별한 방문객 때문에 식물들이 죽고 심지어 동백나무를 몰래 캐 가고 둥치에 이름을 파는 등 피해가 계속되었다. 그래서 지난 1992년부터 출입통제에 들어갔다. 20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아직도 출입통제는 계속되고 있다.

사방팔방 둘러봐도 다 공장이지만 한가운데 눈동자처럼 아름다운 섬이 있다. 인어공주 전설을 간직한 채 숨어 있다. 동백은 붉은 꽃이 시들지도 않고 뚝 떨어진다. 예전에는 친구들과 떨어진 동백꽃으로 꽃목걸이를 만들어 걸기도 했다. 의외로 바닷물은 깨끗해서 돌미역과 해초들이 너풀거리고 홍합과 고동, 따개비도 많이 있다. 혼자 보기 너무 아깝다.

온산항 환경대책협의회가 문화재청 출입 허가를 받아 3월 31일 목도 상록수림 환경정화 캠페인 일환으로 50여 명 회원들과 같이 들어갔다. 잡목이 우거져 방치된 듯한 느낌이 들고 동백나무가 변형적으로 자라고 있어 관리 부실이 엿보인다. 동백나무를 보존하기 위한 출입통제만이 능사가 아니다. 문화재청은 상태를 확인하여 출입통제를 해제하거나 빠른 대책을 세우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는 동화에 힘입어 작가의 고향에 동상으로 만들어지면서 세계 각국 사람들이 보러 온다. 이제는 개방도 하고 산책로 데크도 만들고 한국판 인어공주도 스토리텔링으로 살리면 어떨까 싶다. 이 아름다운 섬에서 보는 공단의 야경도 볼 만할 것 같다. 빨리 개방되어, 공단으로 실향민이 된 이들에게도 마음의 쉼터로 이용되길 바란다.

<김윤경 여행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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