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구 충족을 통한 기후변화 해결
인간의 욕구 충족을 통한 기후변화 해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4.10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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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시간에 ‘중국 발 미세먼지가 심각하다’는 익숙한 뉴스가 흘러나온다. 불쾌한 기분과 “그래봐야 내가 뭘 할 수 있나?”라는 무력한 기분이 겹치며 라디오 채널을 돌려버린다. 출근 후 펼쳐든 신문에는 ‘기후변화로 최근 10년 동안 홍천이 가장 덥고 추운 곳으로 등극했다’는 통계를 호들갑스럽게 다루고 있다. 최고기온이 무려 41도에 달하고 한파일수가 47일에 이르렀으며, 지구온난화 속도가 우리의 예측보다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환경인의 한사람으로서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밀려드는 업무에 너무 바쁜 나머지 그 생각은 잠시 접어둘 수밖에 없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집에 돌아와 “미세먼지 때문에 친구들과 제대로 놀지 못했다”는 둘째 녀석의 투정을 듣는 순간 오전 생각이 주마등처럼 밀려온다.

고이 접어두었던 생각을 꺼내 오랜만에 순수한 마음으로 “인간이 만든 지구온난화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지구환경 문제에 대해 정말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을까?”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저명한 심리학자 매슬로 박사의 ‘인간욕구 단계설’에 의하면 인간의 행동은 다섯 단계의 욕구로 구분된다. 낮은 단계로부터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소속감과 사랑에 대한 욕구, 인정받으려는 욕구, 그리고 자아실현의 욕구 순이다. 이러한 욕구들은 인간이 진정한 자아를 찾아나가는 동기도 되지만 욕망을 채우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게 되면 탐욕으로 바뀌어 심각한 사회악을 초래하게 된다.

매슬로 박사의 관점에서 지구의 에너지환경 산업을 바라보면 재미있는 해석이 가능하다. 인간이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를 채굴하여 에너지원으로 사용한 것은 인간을 추위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두 번째 욕구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충족 과정에서 지구온난화와 산성비, 미세먼지 등이 제어할 수 없는 수준까지 도달했으므로 이 욕망이 탐욕으로 변한 것이다. 이 탐욕을 비난하고 개인이 다스려야 할 몫으로 남겨두기보다는 환경보호 행위가 또 다른 더 강력한 욕구충족 행위가 되게끔 장려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 협약인 교토의정서에서 도입한 교토 메커니즘이 좋은 예가 된다. 교토 메커니즘-청정개발 체제, 공동이행 제도, 배출권거래 제도 등을 도입하여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양을 판매하게 함으로써 그만큼 지구온난화로 일어나는 기후변화를 억제하는 효과를 얻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은 너무 복잡하고 어려우며 고도의 기술이 바탕이 되어야만 달성할 수 있다는 어려움이 있다.

필자가 그동안 환경 관련 프로젝트들을 수행하면서 느낀 바로는 컨설팅 비용과 설비 설치비만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므로 일반 개인의 참여는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2017년부터 시행 중인 공병보증금 인상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오래 전부터 시행한 분리수거 및 재활용 캠페인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에 비해 공병보증금 사례는 그 효과가 매우 컸다. 일반 국민들도 실행과 동시에 보상이 손쉬운 정책이 개발된다면 개인의 도덕성에 기대지 않고서도 지구환경 문제 해결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지난해 3월 국제 태양광발전 입찰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MWh당 2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또 국제재생에너지기구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은 앞으로 계속 떨어져 2020년경에는 화석연료 발전비용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태양광발전 분야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앞서있는 분야인 만큼 이런 변화는 우리가 전적으로 의존했던 화석연료 에너지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아울러 기후변화 억제와 미세먼지 해결뿐만 아니라 태양광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청신호이기도 하다.

<장상용 엔코아네트웍스 대표이사 공학박사·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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