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에 농업이 나아갈 길- ③ 4차 산업혁명의 쌀, 빅데이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농업이 나아갈 길- ③ 4차 산업혁명의 쌀, 빅데이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4.09 20: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는 빅데이터(Big data),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정보가 플랫폼을 통해 수집되고 지능화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미국의 샬롯 패트릭(Charlotte Patrick) 가트너 연구소장은 “빅데이터는 미래의 경쟁우위를 좌우할 21세기의 원유”라고 했다. 빅데이터 분석(초지능성)은 이미 수집된 다양하고 막대한 데이터-기존의 방법으로는 분석이 어려운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여 일정한 패턴을 파악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 두뇌이다.

농업의 경쟁력이 인프라와 기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서 빅데이터와 이를 이용하는 인공지능으로 이동하고 있다. 즉 가치 있는 데이터의 수집·분석과 가공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데이터 활용법이 미래 농업경쟁력의 원천인 것이다. ‘농업 속으로 들어온 빅데이터’ 때문에 향후 10년간 세계 농업구조는 지난 반세기 동안의 변화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 관련 산업의 재창조, 새로운 농업비즈니스 창출, 가치전달 모델의 재구성, 농산물 물류·유통의 획기적 변화가 기대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농업 4차 산업화의 부작용에 대한 대응전략이 필요한 시기이다. 장점으로는 고령화·농업경쟁력 약화·기상이변 등의 문제점 해결과 농업종사자의 일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를 들 수 있다. 농업 관련 산업의 효율성과 효과성이 향상되는 이점이 있는 반면 ‘고용 감소’에 대한 우려도 상존한다. 특히 4차 산업 기술의 쏠림 현상과 승자독식의 환경변화는 경쟁력이 취약한 영세농을 궁지로 내몰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품종을 생산하는 소규모 농가가 중심인 우리나라의 농업여건에 적합한 ‘한국형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작업효율화, 비용절감, 경영노하우 축적 등으로 작지만 강한 ‘디지털 강소농(强小農)’의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선진농업 사례를 잠시 살펴보자. 첫째, 유럽의 와게닝겐 대학이 주도하는 ‘IoF2020’(Internet of Food & Farm)은 농식품 분야 빅데이터 수집 및 활용에 관한 국제표준을 목표로 농업기술 판매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농업정보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다. 둘째, 오스트리아의 스막텍(smaXtec)은 소형기기를 젖소의 체내에 삽입해서 질병과 건강상태 등을 모니터링하는 방법으로 수의사보다 더 정확한 진단과 치료방법을 찾아내려고 한다.

우리 울산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2007년부터 간이기상관측기(HOBO)를 과수냉해 우려지역에 배치해 자료를 축적해오고 있다. 센터 내에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비(AWS)는 자료를 저장하고 기상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올해부터는 기상청이 운영하는 9곳의 AWS 5대를 추가로 설치해 농작물 병해충 방제 적기(5작물 병 13종, 해충 12종)와 과수 저온·서리피해 등 기상재해의 신속한 예방 홍보에 활용한다.

끝으로 우리나라의 농업 관련 빅데이터의 역량과 과제를 알아보자. 우리나라 자동화 온실은 역사가 20년이 넘었으나 그동안의 데이터는 천창, 보온커튼 제어 등에만 사용되고 축적되지 못했다. 현장의 다양한 데이터 수집·공유 시스템이 취약해 데이터 수집과 활용이 농업발전의 역량 축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단기적 개인 의사결정에만 활용되고 있다. 그나마 생산된 데이터 대부분이 환경제어에만 사용되고 버려지는 등 빅데이터 관리·분석에 대한 인식과 전문인재 육성이 모두 취약하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농업 가치사슬에 있는 모든 데이터가 수집되면서 농업정보가 새로운 시장이 되는 시대가 되었음을 인식하는 일이다. 이에 맞는 체계적 준비가 필요하고,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시스템 정비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또한 개방형 플랫폼(Open Platform) 구축을 통한 생태계 조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된다.

윤주용 울산농업기술센터 소장, 농학박사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