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금융사기, 조금만 주의하면…
전화금융사기, 조금만 주의하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4.08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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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동부경찰서 지능팀장으로 근무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때가 바로 전화금융사기 피해 신고를 접수할 때다. 피해자 대부분이 제도권 금융기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회·경제적 약자인 서민들이고, 다른 범죄에 비해 피해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화금융사기 즉 보이스피싱은 언제 어떻게 발생한 것일까? 보이스피싱이란 ‘음성(voice)’+‘개인정보(private data)’+‘낚시(fishing)’를 합성한 신조어로, 전화상의 거짓말로 타인의 재산이나 개인정보를 낚아 올린다는 의미다.

보이스피싱은 2000년대 초반 대만에서 시작되어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초창기에는 주로 조선족들이 어눌한 말투로 금융감독원, 경찰, 검찰을 사칭하는 수준이어서 코미디 프로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전화 발신번호를 조작하거나 피해자 휴대폰에 악성 앱을 설치해 원격 조정하는 수법까지 등장하는 등 그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전화금융사기는 본부와 콜센터, 인출 팀, 환전·송금 팀, 계좌모집 팀 등의 네트워크를 이루어 움직이는 조직적 범죄이다. 또 중요 범행수단인 전화나 계좌가 모두 타인 명의의 대포폰이나 대포통장이어서 추적이 어렵고, 피해금이 여러 차례 돈세탁 거친 후 중국, 대만 등 해외로 보내지므로 피해회복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울산지역의 경우 2017년에 사건발생 825건, 피해액 76억원이던 것이 2018년에는 사건발생 1천225건, 피해액 120억원으로 갈수록 증가추세에 있어 대책이 절실하다. 우선 전화금융사기 수법부터 알아보자

첫째, 대출을 빙자하는 유형으로 최근 전화금융사기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금융기관을 사칭해 “국가에서 지원하는 저금리 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이고 돈을 가로채는 수법이다. 둘째, 금융감독원·경찰 등 공공기관을 사칭하는 유형이다. 피해자에게 명의가 도용되었거나, 범죄에 연루되었다고 겁을 준 후 국가안전계좌에서 예금을 보호해주겠다고 속이고 돈을 가로채는 수법이다.

셋째, 자녀 납치나 사고를 빙자하는 유형이다. 전화로 자녀 납치를 가장하거나, 빚보증을 서 준 친구가 도망가서 잡아두고 있다고 속이고 부모로부터 돈을 가로채는 유형이다. 넷째, SNS에서 지인을 사칭하는 유형이다. 타인의 인터넷 메신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해킹해 가족, 친구 등 지인에게 1:1 대화 또는 쪽지 등을 통해 교통사고 합의금 등으로 급전이 필요하다고 속이고 돈을 가로채는 수법이다.

이처럼 다양한 수법의 전화금융사기가 있지만 우리가 조금만 주의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어렵지 않으므로 예방법도 알아두자,

첫째, 대출을 구실삼아 먼저 돈을 요구하면 100% 사기이므로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한다. 현행법상 금융기관은 어떤 경우든 먼저 돈을 요구할 수 없다. 둘째,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해도 일절 응하지 말아야 한다. 전화로 개인정보 유출이나, 범죄사건 연루 등을 이유로 계좌번호, 카드번호, 인터넷뱅킹 등 개인정보를 묻거나 인터넷사이트에 입력하라고 요구해도 절대 응하면 안 된다.

셋째, 의심스러우면 주저하지 말고 금융기관이나 경찰에 확인해야 한다. 다만, 범인이 휴대폰에 악성 어플을 설치한 경우 금융기관이나 경찰에 전화를 해도 범인이 지정한 엉뚱한 전화로 연결되므로 반드시 다른 사람의 휴대폰이나 집 전화로 금융기관 또는 수사기관의 공인된 전화번호로 확인해야 한다. 넷째, 피해자를 현금지급기로 유인하거나 거액의 현금을 인출하게 하면 100% 사기이므로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자녀 납치 보이스피싱에 대비해 평소 자녀의 친구, 선생님, 친인척 등의 연락처를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여섯째, 금융기관 종사자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 사기범이 금융기관 종사자도 공범이라고 속여도 절대 넘어가서는 안 되고, 의심스러우면 반드시 금융기관 종사자에게 알려야 한다. 금융기관은 피해자가 돈을 건네주는 마지막 단계이자 마지노선이기 때문이다.

울산경찰은 전화금융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기관과 협조체제를 강화하고 지역사회와 홍보활동에 주력하고 있으나 이것만으로 모든 전화금융사기를 다 막을 수는 없다. 전화금융사기는 시민들이 전화금융사기의 안전지대가 없고, 누구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관심과 주의를 기울일 때에만 근절할 수 있다. 마지막 한 가지, “금융기관이나 수사기관에서는 어떤 이유로든 절대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만 기억해 두었으면 한다.

<서성주 울산동부경찰서 지능팀장·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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