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행교통 5년 계획, ‘사람 중심’으로
안전보행교통 5년 계획, ‘사람 중심’으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4.08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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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는 쉬워도 실천에 옮기기가 어려운 것이 ‘사람(보행자) 중심의 교통문화’다. 그 이유는 아직도 우리의 일상적 의식 속에 ‘차량 중심의 교통문화’가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문제는 ‘의식’ 즉 ‘사고방식’에 있다고 본다.

그러나 사고방식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는 않는다.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라고 아무리 귀 따갑게 소리쳐도 처벌이 무겁지 않은 한 대수롭잖게 여기는 것이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다. 이른바 ‘윤창호법’이 빛을 보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지난했던가를 돌이켜보면 얼른 짐작이 갈 것이다.

그래도 선량한 대다수 국민(시민)들은 기대의 끈을 쉽사리 놓지 않는다. 수없이 속으면서도 ‘이번에는 설마’ 하며 귓밥을 만지작거린다. 울산시가 야심차게 꺼내 보인 ‘안전한 보행교통 5개년 계획’도 예외가 아니다. 이 계획의 취지가 보행자 안전 확보와 편의 증진, 보행교통 활성화에 있다는 울산시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고 싶어 한다.

울산시는 이 계획의 그릇에 알찬 내용물을 담을 수 있도록 용역을 믿을만한 기관에 맡길 모양이다. 용역이 끝나는 시점은 내년(2020년) 1월이고, 그에 앞서 착수보고회(4월), 중간보고회(7월), 최종보고회(12월)를 차례로 갖는다고 한다. 특히 용역은 ‘보행 안전 및 편의 증진’과 ‘보행교통 개선계획’ 두 가지에 초점이 맞춰져 기대를 키운다. 주요내용에는 △정책 기본방향 및 목표 설정 외에 △실태조사 △보호구역 확대지정 검토 △보행자 장애요인 제거 △단절된 보행자 길 연결방안 수립도 들어간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미흡해 보인다. 그릇 안에 과연 어떤 내용물이 들어갈지 감 잡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실태조사 대상이 무엇인지부터가 불분명하다. 지금으로서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에 지나지 않는다. 하긴 밑그림만 보았으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그래도 시민들은 기대의 끈을 놓지 않는다. 5개년 계획이 △보행자 안전 확보와 (보행자) 편의 증진 △보행교통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탓이다. 시민들은 5개년 계획이 마무리되면 울산이 ‘보행자 천국’이 될 것으로 기대할지 모른다. 울산시는 시민들의 이러한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그러한 기대가 시민들에게는 ‘소소해 보여도 확실한 행복’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시민들 특히 노약자·장애인 같은 교통약자들에게는 ‘소확행’이야말로 작지만 큰 꿈이다. 그 중 하나가 도심 번화가 이면도로를 마음 졸이지 않고 편안하게 지나다니는 일이다. 울산시가 운을 띄운 ‘보행자 안전 확보’ 즉 ‘안전한 보행환경 보장’과 무엇이 다른가. 이를 뒤받쳐주려면 이면도로의 ‘주거자 우선 주차구역’부터 없애는 작업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는 주차타워와 같은 주차 시설 또는 공간의 신설 문제와 맞물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묻고자 한다. “울산시는 도심 주차난 해소 차원에서 예산배정의 우선순위를 주차시설·공간 확보에 둘 용의가 있는가?” 차제에 울산시의 진솔한 답변을 듣고 싶다. 대다수 시민들은 ‘차량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교통문화를 더 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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