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 십년’
‘한 우물 십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4.0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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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변화를 스스로 거부하고 10년 내리 한 우물만 파는 우직한 인물이 있다. 짐작컨대 그 우직함은 변화를 몰라서, 변화가 두려워서가 아니다. 변화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옹고집은 그의 옷차림에 곧잘 나타난다. 햇수로 20년도 더 됐다는 ‘누더기바지’가 살아있는 증거다. 밥상보, 만화책 아니면 품바사진첩에나 나옴직한 이 바지를 두고 우스개삼아 너스레 떠는 이들도 더러 있다. “지방문화재로 등재해도 되겠다”고…. 그래도 본인은 도인인양 태연자약함을 즐긴다.

“울산 오기 조금 전부터 걸쳤으니 한 25년 됐을 겁니다. 왜 행사장 같은 데서 선물로 주는 천가방 안 있습니까? 바지가 찢어지면 천을 잘라서 나오는 자투리헝겊으로 내 손으로 바느질해서 깁는데, 정말 질기고 오래 갑디다. 허허.” 사실 그를 아는 지인들은 이 명품(?) 바지만 보아도 주인이 누구인지 먼발치서도 금세 알아본다. 그렇다면 더덕더덕 붙어있는 자투리헝겊은 몇 조각이나 될까? 정작 본인은 시치미를 뗀다. 일일이 세어 보질 않아서 그렇다는 얘기다.

“새 보러 가는데 정장이 왜 필요합니까? 이런 거라야 딱 맞지.” 하긴 그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도대체 그는 누구일까? 그는 이제 ‘저명인사’ 대열에 올려놓아도 별 손색이 없다. 이십사 년이나 울산에서 둥지를 트고 있으니 새로 치면 ‘철새’가 아닌 ‘텃새’ 같은 존재다.

답은 나와 있다. 남들이 ‘새 박사’로도 부르는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66,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남구 시간선택제공무원). 그가 꾹 움켜쥐고 있는 건 ‘울산 태화강 조류’에 대한 조사다. ‘돈도 안 되는’ 그 조사를 10년이나 해오고 있으니 ‘미련한 곰’ 소리가 안 나올 리 없다.

하지만 그의 ‘한 우물 십년’이 남긴 숱한 흔적들은 공로패 몇 십 개로도 감당할 도리가 없다. 감히 흉내 내기조차 힘든 그의 독보적인 업적은 언젠가는 엄청난 무게감으로 학계와 공직사회, 그리고 울산시민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김 박사는 최근 태화강 조류 조사 보고서를 약식으로 냈다. 보고서에는 ‘10년 1/4분기’란 표현이 들어갔다. 그가 말하는 ‘10년 1/4분기’란 2010년 1/4분기(1·2·3월)~2019년 1/4분기(1·2·3월) 사이를 가리킨다. 통계수치가 주를 이루는 이 보고서는 얼핏 보아서는 재미와는 거리가 멀지 모른다. 하지만 그 값어치는 재미로 설명할 계제가 못 된다. 그가 보여준 10년간의 인간역정은 모 방송국의 ‘인간극장’보다 수십, 수백 배 더 흥미로울지 모른다.

“시계 알람 소리를 늘 새벽 3시에 맞춰 놓습니다. 새벽공부도 있지만 태화강과 삼호대숲 일대를 해뜨기 전에 샅샅이 훑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감기몸살로 시달린 적도 여러 번 있었지만 그래도 참았고, 다음날 새벽이면 어김없이 일어났습니다.”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말도 있다. “10년간의 일과는 올 연말까지도 계속될 겁니다.” 그래야만 ‘10년 4/4분기’(2010년 10·11·12월) 데이터까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화강 조류 조사 10년! 그 땀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김성수 칼럼(2019. 4.8)’에는 그의 우직한 성품처럼 가식이란 게 없다. 그러나 아직도 그를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들이 있어 안쓰러울 때가 있다. 선대로부터 사찰학춤 즉 한국무용의 DNA를 양껏 물려받은 그가 울산을 찾은 것은 순전히 학춤의 원류를 좇겠다는 일념에서였다. 그 일념이 조류생태학뿐 아니라 국악, 민속학, 종교학에까지 발을 담그는 계기가 됐고….

감히 그는 말한다. “여태까지 이런 자료는 없었다. 이 자료들을 활용하여 울산의 지속가능한 조류생태관광산업을 육성하자. …최대의 수혜자는 울산시민일 것이다.”

<김정주 논설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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