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성세빈선생 서훈에 눈뜬 동구
독립운동가 성세빈선생 서훈에 눈뜬 동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4.0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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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일 울산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거행된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송철호 울산시장이 남긴 말은 매우 의미가 깊었다. 송 시장은 이날 “최근 정부에서 독립운동의 위업을 재평가하고 걸맞게 예우하려는 노력이 있다”면서 “울산에서도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잊혀진 독립운동가를 발굴해 재조명하겠다”고 약속했다. 송 시장이 연호한 울산지역의 ‘잊혀진 독립운동가’ 이름에는 동구에 민족학교 ‘보성강습소(→보성학교, 1922.2~1945.4)를 세워 독립정신의 불씨를 살리려 했던 일산동 출신 송세빈 선생도 같이 들어있었다.

최근에는 정천석 동구청장이 송 시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듯한 시책을 발표해 관심을 모은다. 독립운동가 송세빈 선생(1893~1938년)의 서훈 지정을 4월 4일 국가보훈처에 건의했다고 그 다음날 전한 것이다. 동구청은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일제강점기 후반까지 수많은 학생을 배출하고 지역 민족해방운동의 중심지가 되었던 보성학교 설립자 성세빈 선생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역주민의 여론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동구청은 송세빈 선생이 서훈을 받지 못한 이유도 같이 밝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성세빈 선생이 방어진주조(주) 및 어업조합 간부직을 지낸 경력 때문에 ‘친일’로 오인 받았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동구청은 “이는 당시 울산동구 일대의 시대상황과 사정을 직시하지 못한 것이라는 의견이 높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일부 향토사학가나 전문가는 성세빈 선생이 한때 신간회 (=민족주의 좌파와 사회주의자들이 손잡고 만든, 일제강점기에 규모가 가장 컸던 반일사회운동단체)에 몸담은 적이 있고, 그의 자제들이 직·간접적으로 사회주의 사상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없지 않으며, 집안 내부 문제도 같이 얽혀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동구청의 방향은 이미 확실히 정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구청은 “성세빈 선생 사망 이후 제자들이 현 보성학교 터에 송덕비를 세운 것을 보더라도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에게 항일정신을 일깨우고 문맹퇴치 교육에 힘써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보성학교 터는 이미 국가보훈처가 항일유적공간으로 인정했고, 동구에서도 성세빈 선생을 기리기 위한 전시관을 건립 중에 있다”는 말도 덧붙인다. 그리고 정천석 동구청장은 보훈처에 보낸 건의문에서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에 성세빈 선생의 항일·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할 수 있도록 울산 동구민의 염원을 담아 건의하니 서훈 지정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본보는 잊혀진 독립운동가들을 새롭게 발굴하고 그분들의 업적을 기리기로 한 정부와 울산시, 그리고 동구청의 노력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자 한다. 또한, 친일 가문이 느닷없이 독립운동 가문으로 둔갑하거나 항일·독립운동가들이 서대문형무소 뺨칠 정도의 색깔론이란 프레임에 갇혀 빛을 보지 못하는 현실도 동시에 경계하고자 한다. 독립운동가 성세빈 선생이 격에 맞는 서훈을 지정받을 수 있도록 애쓰는 정천석 구청장과 동구청 관계자들의 노고가 보람 있는 결실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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