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아침밥은 ‘식탁에 마주 앉기’ 부터
아이들 아침밥은 ‘식탁에 마주 앉기’ 부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4.0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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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울산시교유청에서 나온 보도자료 하나가 나의 눈길을 멈추게 했다. 지역내 한 중학교 교문 앞에서 가진 ‘등굣길 건강 떡 나눔’ 행사였다.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열린 이 행사는 자원봉사 학생들이 전교생을 대상으로 ‘백설기(멥쌀가루에 물 또는 설탕물을 내려서 시루에 안쳐 깨끗하게 찐 한국 전래의 시루떡)’를 나눠주는 것이다.

행사의 목적은 아침을 거르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성장기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는 것을 예방하고 아침 식사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리는 것으로 돼 있었다.

간혹 아이들이 아침밥을 먹지 않고 등교한다는 것을 들은 적은 있다. 하지만 학교 앞에서 아침밥 대용으로 떡을 나눠주는 행사를 할 정도면 밥을 먹지 않고 오는 학생들이 꽤 많다는 것인데 어느 정도가 되는지 궁금해 인터넷 검색을 했다. ‘아침 결식’을 두드리고 엔터키를 누르니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정보가 쏟아졌다.

그 중에서도 지난달 21일 열린 ‘학생 아침급식 확대방안 토론회’가 눈에 들어 온다.

박주현 국회의원(민주평화당·비례대표)와 농림축산식품부가 마련한 토론회인데 토론자들은 “쌀 소비확대와 청소년의 건강증진을 위해 학생들에게 아침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주현 의원은 “어린이부터 청소년까지 아침식사 결식률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며 “청소년기 아침 결식은 학습능력 저하뿐 아니라 성장기에 불균형적인 패스트푸드 섭취로 인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사회적 비용인 의료비 지출로 이어지는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이개호 장관은 이 자리에서 “올해부터 일부 초등학교에서 아침 식사로 간편식을 주는 시범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며, 장기적으로는 유아기·아동기 등 청소년기 전 연령으로 아침 급식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침밥을 거르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실제 지난달 27일 교육부가 전국 1천23개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2018년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를 발표했는데 이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생이 아침 결식률은 6.07%, 중학생은 16.23%, 고등학생은 19.69%로 집계됐다. 지난해의 경우 초등학생 4.65%, 중학생 13.49, 고등학생 18.11%였다.

학생들이 주로 아침밥을 거르는 이유는 ‘늦잠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식욕이 없어서’ 등이다. 이른 등교시간으로 인한 수면시간 부족이 아침 식탁에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30년지기로 가깝게 지내는 한 지인은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는 편으로 오전 7시 전후로 시간을 맞춘다고 한다. 그는 아들만 둘을 두고 있는데 큰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기억된다고 했다. 아이에게 아침밥을 먹여 학교에 보내기 위해 식탁에 마주 앉기 시작한 것이 작은 아이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거의 10년 정도 이어지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큰 아들이 집에 와 있는데 여전히 그 시각에 맞춰 같이 아침 식사를 하고 각자 일을 한다고 한다.

당시 아이들이 아침밥을 거르지 않도록 챙긴 이유는 단 한가지였단다. 지인은 “‘아침을 굶으면 배가 고파 공부에 집중을 할 수 없다’는 아내의 잔소리 때문이었다. 그 뿐이었다”고 말했다.

‘아침은 왕처럼, 점심은 왕자처럼, 저녁은 걸인처럼 먹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는 서양 금언이 있을 정도로 아침 식사의 중요성은 오래전부터 강조돼 왔다.

아침 등굣길에 아침밥 대용의 간편식을 나눠주는 행사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아침을 거르지 않고 집을 나설 수 있도록 아침 식사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먼저 인식하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박선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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