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불미스러운 충돌’이었나?
과연 ‘불미스러운 충돌’이었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4.02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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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6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는 ‘천안함 폭침 9주기’ 추모행사가 있었다. 이는 2010년 3월 26일 밤 9시22분경 북한 잠수함의 어뢰공격으로 희생된 고 이창기 준위를 비롯한 46명의 용사와 구조과정에서 순직한 고 한주호 준위를 추모하는 행사였다.

2010년 5월, 당시 정부는 민·군 합동조사단 활동을 바탕으로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침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천안함 침몰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는 영화가 제작될 정도로, 아직까지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사건의 원인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이 영화가 개봉된 2013년, 메가박스에서는 일부 단체의 항의로 상영 이틀 만에 중단되는 일도 있었다.

2010년 3월 26일로 되돌아가 당시 사건을 간단히 재구성해 보자. 이날 오후는 기상악화로 북한잠수함의 동향을 군사위성으로 파악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황해도의 한 해군기지에서 출발, 공해상으로 진출한 북한의 연어급(130톤급) 잠수함 2척은 때마침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초계작전(=적의 습격에 대비해 순찰·경계하는 작전) 중이던 천안함 근처에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어뢰공격을 감행한다. 천안함을 폭침시킨 후 20여 분이 지난 밤 9시45분경 북한잠수함은 마침 바뀌고 있던 조류를 타고 북한 쪽으로 유유히 빠져 나간다. 이러한 상황을 기만하기 위해 북한은 같은 시간대에 반잠수정 2척이 NLL을 고의로 침범하게 만들었고, 이 시각 그 근처에서 초계작전을 벌이던 우리 해군 속초함은 함포로 대응한다.

사실 천안함은 1999년 6월 제1연평해전 당시 참전해 북한에 타격을 가한 함정이다. 우리 군은 바로 이 점이 북한의 표적이 된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그런데, 지난 3월 20일, 정경두 국방부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을 ‘불미스러운 남북 간의 충돌’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이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다시 표현해 보라”고 다그치자 정 장관은 “북한의 도발로 인한 충돌”이라고 말했다. 필자는 방송 뉴스에서 이러한 국방부장관의 태도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신성한 작전을 수행하다가 전사한 천안함 용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천안함은 분명 북한의 공격으로 폭침되었다고 믿는다. 국방부장관이라면 이에 대한 입장과 태도가 명백해야 하지 않겠는가.

천안함 폭침사건은 우리 군이 동해뿐만 아니라 수심이 낮고 조류가 빠른 서해에서도 적의 잠수함작전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군 경계작전을 주도면밀하게 보강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의지의 결과로, 연평도 포격사건이 계기가 되어, 2011년 6월 서북도서방위사령부(=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 등 서해안 5개 도서를 방어하는 사령부)가 창설되었다.

아무리 ‘9·19 군사합의’ 이행을 통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있는 시점이라 하더라도, 당시 정부가 공식 발표까지 했던 천안함 폭침 원인에 대해서는 이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 정부에서도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는 일이다.

최근 언론에서는 천안함 사건 당시 속초함의 전자광학추적장비 녹화영상이 부분적으로 삭제되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의혹 제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때, 정부에서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조사와 확인 과정을 거쳐 국민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도록 정직하게, 적극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군사보안’이라는 이유로 국민들의 의문을 막무가내로 지나쳐버리는 것은 합리적인 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천안함 46용사 중에는 우리 울산 출신도 두 분이나 있다. 고 신선준 상사와 손수민 중사가 그분들이다. 필자가 현역에 있을 때, 울산보훈지청에서 관리하고 있던 자료를 협조 받아 두 분의 모교인 울산공고와 무룡고교를 찾아가 그분들의 후배들에게 자랑스러운 선배의 모습을 재능기부 강연을 통해 알려준 바 있다.

매년 3월 네 번째 금요일은 ‘서해수호의 날’이다. 이날만이 아니더라도, 제2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에 맞서 나라를 지키다 목숨 바친 호국영웅들을 잊지 말고 기억했으면 한다.

김기환 민방위 전문강사, 예비역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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