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댐에 선사문화공원 조성하자는 제안
사연댐에 선사문화공원 조성하자는 제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4.01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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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민의 중요 식수원이면서 국보285호 반구대암각화 보존 문제와도 맞물려 있는 울주군 사연댐 문제로 지역사회가 다시 한 번 술렁이고 있다. ‘사연댐 문제’는 그동안 ‘수위 조절’이나 ‘수문 설치’ 여부로 논쟁의 중심에 서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은 양상이 전혀 다르다. 아예 허물어버리자는 ‘사연댐 해체’ 목소리가 오히려 더 커져가고 있다.

수면아래에 가라앉아 있던 ‘사연댐 해체’의 목소리가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시점은 그리 오래지 않다. 지난 1월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연댐 둑을 헐어 반구대암각화를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이 그 첫 단추였지 싶다. 청원인은 “1965년 대곡천을 막아 만든 사연댐 때문에 반세기 넘게 암각화가 침수와 노출을 반복하면서 훼손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 얼마 뒤인 1월 25일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송철호 울산시장과 함께 현장을 찾았을 때만 해도 ‘사연댐 해체’ 얘기는 없었다. 송 시장은 반구대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적극 도와달라고만 요청했던 것으로 안다.

그러던 이 문제가 공론화의 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은 3월 22일 울산시미래비전위원회의 입을 통해서였다. 위원회는 이날 (반구대암각화를 포함한) 대곡천 선사역사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바라면서 ‘대곡천 재자연화’를 선포했다. 이를 계기로 한층 탄력이 붙은 ‘사연댐 해체’ 목소리는 4월 1일 울산시민연대, ‘(사)영남알프스 천화’ 등 뜻을 같이하는 5개 시민단체의 기자회견 자리에서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5개 시민단체 협의체인 ‘대곡천암각화군 유네스코 등재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이날 시청 기자회견에서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가 있는 대곡천 선사역사유적을 훼손하는 사연댐을 조속히 허물고 (그 일대를) 선사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하자”고 정부와 울산시에 제안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유네스코 등재 대상’이 반구대암각화를 넘어 ‘사연댐 일대’까지 넓혀진 점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사실 사연댐 주변에서 토박이로 살아온 촌로들은 1960년대에 사연댐이 조성되면서 수몰될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바위그림(암각화)과 유적 군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내곤 한다. 다시 말해, 사연댐의 물과 뻘, 그리고 층층이 쌓인 쓰레기더미를 준설공사로 걷어내고 나면, 반구대암각화 못지않으면서도 50년 넘게 물속에서 잠들어 있는, 세계적 문화유산들과 무더기로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것이다.

사연댐 주변마을 촌로들의 입소문을 ‘허튼 소리’라며 흘려들을 이유는 조금치도 없다. 1971년 성탄절 무렵 문명대 박사(동국대 명예교수)가 반구대암각화의 존재가치를 깨닫고 역사의 양지로 끌어올리게 만든 결정적 요인은 ‘촌로들의 증언’이었기 때문이다. 선사역사문화공원 조성에 앞서 ‘사연댐 해체’를 희망하는 분들에게 동시에 필요한 것은 ‘식수 우선론자’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혜안이 아닐까 한다. 사연댐이 더 큰 가치를 위해 희생(해체)의 수순을 밟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 정해진 숙명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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