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가 통일한 삼국은 어떤 나라?
신라가 통일한 삼국은 어떤 나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4.01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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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신라가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키고 삼국통일을 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별로 의문도 갖지 않는다. 그런데 ‘삼국시대’에는 가야도 있었고, 신라 통일 30년 후에 고구려를 부흥시켰다는 발해가 세워져 남쪽에는 통일신라, 북쪽에는 발해가 있는 남북국 시대가 형성되었다. 그렇다면 ‘삼국통일’과 ‘통일신라’에서의 ‘삼국’은 어떤 나라를 의미하는지 의문이 생겨,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해 본다.

교육부의 지침에 ‘삼국시대’라는 말이 있다 보니 모든 교과서에서 ‘삼국시대’라는 말이 나온다. 그래서 모든 국민들이 그렇게 배웠기에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삼국시대에 일본에 많은 영향을 미친 가야가 있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 또한 없다. 다만 가야가 42년부터 562년까지 520년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존재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는 있다.

교육부의 교육과정에는 ‘삼국의 성립과 발전’이라는 제목 속에 ‘가야연맹의 성립과 발전’ ‘삼국과 가야의 대외 교류 및 문화’라는 소제목을 포함시킴으로써 삼국과 가야를 구분하고 있다. 반면, 집필기준에서 ‘삼국 통일’ ‘삼국 문화의 일본 전파와 함께 일본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일본 고대 국가의 성립과 발전에 기여’라는 내용에서는 ‘삼국’이라는 말 속에 가야를 포함시키기도 하는 등 정부의 지침에서조차 삼국과 가야의 관계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교과서에서도 이런 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국정교과서인 『초등학교 사회 5-1』에서는 ‘삼국 시대 사람’ ‘삼국 시대 귀족’ 등의 말이 나오고, 일본에 문화 전파, 생활모습, 불교 전래 등에서는 ‘삼국’ 속에 가야를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면서도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는 국가의 기틀을 세우고 서로 경쟁’ ‘삼국과 가야의 발전과정’ ‘삼국과 가야의 문화’ ‘삼국과 가야의 건국 이야기’ 등에서는 가야를 삼국과 구분하여 표기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중학교 『역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서 거의 동일하다. 정부의 ‘명확하게 말하지 않는’ 지침을 충실하게 따르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교과서에서 공통적으로 ‘신라의 삼국 통일’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바로 이어서 ‘발해가 고구려를 계승한 나라’라는 것을 그 구성 인원과 지역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다는 668년의 ‘삼국’에 고구려를 넣을 수도 있지만, 불과 30년 후에 발해로 부흥했으니 698년 이후 고려 통일까지 230여 년 간의 통일신라시대의 ‘통일’에는 고구려가 포함되지 않으므로 668년 삼국 통일의 ‘삼국’은 신라, 백제, 가야를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가야는 520년간 존재하다가 140여 년 전에 신라에 합병되었으니 668년 ‘삼국 통일’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발해와 고구려의 관계에 비유한다면, 가야가 삼국에서 꼭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어렵다. 이런 말의 혼란은 정부 측에서 개념을 명확히 정립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심지어, 후기 신라 말의 ‘후삼국’은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신라와 견훤의 후백제, 궁예의 후고구려(또는 마진-태봉-고려)를 의미하는데, 후고구려 내지 고려가 고구려의 후신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보다 200여 년 전에 고구려를 이은 발해가 세워져 이미 옛 고구려 땅을 회복하고 있었으므로 고구려의 적통은 태봉-고려보다 발해라고 봐야 하는 문제와도 연결이 된다.

교과서에서는 이런 역사적 사실을 체계적으로 기술해야 한다. ‘삼국시대’라는 말 대신에 가야를 포함하는 ‘사국시대’라 하고, ‘삼국 문화의 일본 전파’ 등에서의 ‘삼국’도 ‘사국’으로 고치며, ‘삼국통일’이라는 말도 신중히 검토해야 할 뿐 아니라, ‘통일신라시대’라는 말도 ‘남북국시대’ 등으로 바꿔야 한다. 정부와 학계의 분발을 기대한다.

박정학 역사학박사,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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