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급식잔반, 현명한 대책 내놓아야
늘어나는 급식잔반, 현명한 대책 내놓아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3.3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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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을 시행한 뒤로 잔반 양이 더 늘었다’는 말이 공공연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무상급식 시책을 비난하기 위해 일부러 꾸민 말로 들리기도 하는 이 말은 그러나 얼토당토않은 얘기만은 아니다. 울산시교육청이 집계해서 본보 취재진에게 내놓은 통계자료(2016~2018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 및 처리비용)에서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해마다 학생 수는 줄어도 음식쓰레기 처리비용은 늘어나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잔반 처리비용의 증가 원인을 무상급식에 돌리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혹자는 무상급식제도 시행 이후 학생들이 ‘공짜’라고 쉽게 버리는 인식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알려주는 ‘이달의 식단’을 미리 파악했다가 입맛에 맞는 음식만 골라 먹기 때문이란 말도 나온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인스턴트식품이나 고기 종류가 나올 때는 잔반이 줄어들어도 채소나 생선 종류가 나오는 날이면 잔반이 늘어난다는 것이 학교급식 관계자의 말이기 때문이다. 이는 학교 측이 학생들의 입맛은 따지지 않고 어른들의 생각대로 식단을 짰기 때문이라는 얘기로도 들린다. 식단을 짜기 전에 학생들의 취향에 대한 설문조사부터 제대로 해 보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학생들이 잔반을 남기는 이유를 면밀히 분석해 보아야 정확한 실태가 파악되겠지만 상식선에서도 원론적인 분석은 할 수 있다고 본다. 그 중 하나는 밥상머리교육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그렇잖아도 정부는 얼마 전 우리 청소년들의 체격을 두고 ‘키는 안 크는데도 몸무게가 늘기만 하는’ 기형적 현상이 나타난다며 학생비만에 대해 경고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아무리 맞벌이가정이 늘어난다 해도 자녀들의 올바른 성장이나 건강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 부모는 스스로 도리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그 다음 원인은 교육당국에 의한 책상머리교육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패스트푸드가 왜 해로우며 채소·해조류가 빠진 육류 일변도의 식습관이 왜 나쁜지 제대로 교육을 해 왔다면 입맛에 안 맞는다고 먹는 시늉이나 하고 음식쓰레기 양과 함께 처리비용을 늘리게 하는 부작용은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본다. 이와 함께 “무상급식 이후 급식 질이 떨어졌다”며 추가비용을 들여서라도 질 좋은 급식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나온다는 소문에도 주목할 칠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식재료 구입이나 조리 과정에서 ‘급식의 질을 떨어지게 만든’ 요인은 없었는지, 지금부터라도 꼼꼼히 살펴볼 일이다.

잔반 처리비용의 증가는 시민 세금의 낭비를 의미한다. 무상급식 시책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일부 시민들의 입에서 볼멘소리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할 책임은 학교급식 과정에 관여하는 다수 관계자의 공동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울산시교육청은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잔반도 줄이고 급식의 질도 높일 수 있는 현명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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