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다양성을 담는 마을기업
지역사회 다양성을 담는 마을기업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3.28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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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업을 안정되게 유지·발전시키기 위해 중요하게 가져가야할 부분을 논하다보면 의견이 다양하고 분분하다. 정책을 다루는 입장과 1차 수행자인 행정기관의 정책이해, 2차 수행자인 중간지원조직의 실제 추진현장, 3차 당사자인 마을기업의 실천과 경영 전반에 대한 각자 입장에서의 의견이 그러하다. 마지막으로 마을과 지역관계망 안에서 마을기업을 바라보는 뜨겁고 차가운 여러 시선과 의견이 분분한 언어도 있다.

다수의 정책 사업들이 그러하듯 사회가 안고 있는 어떤 병리현상들을 완화 또는 보완해 보자고 마을기업 육성사업도 산고를 거쳐 태어났겠다. 행정안전부의 마을기업 육성사업은 2010년 10월 출생신고 후 유아기, 아동·청소년기를 거치며 잘 성장해 왔다고 생각한다. 전국 1천600여개 마을기업이 각 지역을 품고 활동하는 것을 보면, 마을기업 정책의 다양화가 속도를 내고 있는 지금쯤이 의욕적으로 활동하는 청년기가 아닌가 한다. 관련자 모두 지역공동체적 변화를 상상하고 실천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겠다. 지역의 사회적 가치 추구에 생기발랄한 소망들이 깃들어 있어야겠다.

청년기를 거쳐 중·장년기 즈음에는 더 이상 우리도 유럽이나 일본의 사례가 아닌 우리의 사례가 자학자습의 모델이 되어야겠다. 생성과 소멸, 팽창과 축소를 선택하며 우리의 역량, 우리의 규모, 우리의 환경으로 정책과 현장, 행정과 시민의 결핍욕구가 쌍방향으로 소통되는 순환성장에 디딤돌이 되어야겠다. 지금 전국의 1천600여개 주민공동체 마을기업이 각 지역의 다양성을 담아 절반의 성공이라도 만들어 간다면 우리 사회는 혁신을 애써 외치지 않아도 될 혁신적 사회가 되어 있을 것이다. 울산에는 현재 45개사의 다양한 주민특성을 지닌 마을기업이 있다.

필자는 2011년부터 울산시 마을기업 중간지원기관 역할 수행을 해왔으니 사업 성장의 모든 과정을 함께한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마을기업 육성 지원에 10년은 한눈팔지 않고 정성을 쏟겠다던 호언이 현실이 되는 시간적 의미도 있다. 10년이라는 호언장담한 목표 시간은 지역이든 사람이든 천천히 보듬어서 멀리 보고 가야 할 일이라는 스스로의 판단에서였다.

그만큼 밑도 끝도 없어 보이는 일에 종횡무진을 해야 결과물이 보일 것만 같았다. 10년이 눈앞에 있지만 결과물이라는 정량적인 수치와 손에 잡히는 형태의 무언가는 일반 법인기업에 비해 좀처럼 성에 차지 않는다. 애초에 정책에 담긴 내용이 물적 형태보다는 지역의 관계망, 주민간의 소통과 교류, 마을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 같은 충분히 가치는 있지만 만져지지 않는 사회 환경적 형태가 목적인 사업이다.

필수적인 덤으로 요구되는 지속가능함에 대한 경제적 영리기업으로서의 활동은 늘 사회적경제 영역의 타 사업들과 견주어지고 모호한 정체성을 유발하기도 해 왔다. 지속가능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성장이다. 지속가능하다는 것은 경제적 성장뿐만 아니라, 공동체적 가치를 잘 이어가는 것이다. 지속가능함은 끝없는 생산과 소비를 부추기는 경제성장보다 친환경생태적 사회공동체, 전 지구적 공동체적 가치가 우위에 있어야 이루어진다. 그러한 점에서는 지역사회의 다양성을 담는 마을기업이 공동체적 가치보다 개별 기업의 경제성장을 과하게 평가받을 때 씁쓸하기도 하다.

정책이 담고 있는 반짝이는 가치는 공동체 회복을 위한 주민들의 마을살이가 다시 마을의 기능을 재생하는 선순환적 지역 활성화 생태계가 된다는 데 있다. 성공의 잣대를 보는 시선에 따라 충분히 달리 해석될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미적지근함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는 마을기업에 대한 각 주체들의 다양하고 분분한 의견이겠다.

마을과 지역관계망 안에서의 뜨거운 응원과 차디찬 질타는 정책, 행정, 지원조직, 당사자 기업들과 달리 공공성, 지역성을 부각한 마을과 지역에서의 역할에 집중된다. 지역사회의 다양성을 담아 가야 하는 마을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한다는 것은 마을의 소비를 부추겨서 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모으고 마을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 마을을 만드는 일이다. 올해 상반기 선정된 청년마을기업 2개사와 일반 마을기업 2개사에게도 마을과 지역에서 제 역할을 다하도록 응원과 기대를 보낸다.

박가령 (울산경제진흥원 마을기업지원단장, 울산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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