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나는 변화의 물결에 저도 함께 하렵니다”
“거듭나는 변화의 물결에 저도 함께 하렵니다”
  • 김정주
  • 승인 2019.03.26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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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삼호동행정복지센터 동장
울산시 남구 박주영 삼호동행정복지센터 동장.
울산시 남구 박주영 삼호동행정복지센터 동장.

 

“‘궁거랑’은 ‘벚꽃 한마당’이 붙여준 듯”

“우리 어릴 때는 넓은 태화강을 ‘큰거랑’이라 하고 작은 거랑인 무거천은 마을 앞을 흐른다고 ‘앞거랑’이라 불렀지요.” 남구 삼호마을의 토박이 정환식씨(70·초대 삼호동 주민자치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삼호·신복·무거 3개 마을 주민 50여 명과 함께 ‘무거천 사랑회’ 이름으로 매월 1회씩 무거천 청소에 나설 만큼 이 마을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그에게는 무거천변 1.5km를 따라 줄지어 심어놓은 400여 그루 벚나무에 대한 기억도 어렴풋이나마 남아있다. “삼호지구 구획정리사업을 맡았던 토지개발공사에서 사업이 끝날 무렵 처음 심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뒤 12~3년 전쯤 태화강 쪽 거랑 빈터에다 한 번 더 심었던 것 같고.”

그러나 무거천의 이름이 ‘앞거랑’에서 ‘궁거랑’으로 바뀐 내력을 아는 이는 드문 것 같았다.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벚꽃 축제가 처음 열리던 무렵으로 추정한다. 축제 기획을 맡았던 이상문 당시 중앙농협 조합장이 ‘무거천이 활(弓)처럼 휘어지게 생겼다’ 해서 그렇게 지었다더라는 말도 들려준다.

어쨌거나 울산제일일보가 올해로 11회째 마련하는 ‘궁거랑 벚꽃 한마당’ 행사는 주말인 3월 30일(토)~31일(일) 이틀에 걸쳐 열린다. 올해 행사에는 삼호행복센터의 자매마을인 경남 거창군 웅양면 주민들을 특별히 초청키로 했다.

8개월새 900명 줄어… 낡은 여건도 한몫

‘궁거랑 벚꽃 한마당’ 때문에 덩달아 바빠지는 행정기관이 있다. 남구 무거동에서 갈라져 나온 삼호동 행정복지센터(→행복센터)가 바로 그곳. 지난 22일 오전, 부임 8개월째인 박주영 동장(55·사진)을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대화는 행복센터 가까이에 있는 벚나무 아래서도 이어졌다. “이 나무가 다른 나무들보다 사흘 먼저 꽃을 피우는 벚나무랍니다. 활짝 핀 걸 어제 처음 보았죠.” 그러고 보니 주변의 벚나무들은 아직 봉오리만 끌어안은 상태다. 그런데 이름이 없다. 이름표도 있을 리 없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민들의 생각을 모아 이름이라도 지어준다면….”

얘기를 나누는 사이에도 몇몇 주부들은 만개한 벚꽃을 휴대전화에 담느라 바쁘다. ‘참 복도 많은 분들’이란 생각이 잠시 스쳐지나갔다.

마을 주민들의 동향이 궁금했다. 박 동장이 속사정을 들려준다. “제가 사무관 승진과 함께 이곳으로 온(2018.7.26. 승진전보) 뒤로 900명이나 줄어든 것 같아요. 저출산·고령화 영향도 컸겠죠. 울산 전체의 현상이긴 하지만….”

이은혜 사무장이 건네준 자료를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총인구수(2019.2.28. 기준) 2만3천16명 가운데 ‘65세 이상’은 2천566명(남 1천110, 여 1천456)으로 노령인구 비율이 11.1%나 된다. 반면 ‘0-9세’는 1천503명(남 833, 여 670)으로 ‘반 토막’(6.5%)에 그치는 정도다.

센터를 찾은 한 주민은 인구감소 요인으로 ‘세입자 감소’를 손꼽았다. 박주영 동장은 거기에다 △노후화된 주택 △낙후된 정주여건 △심각한 주차난을 더 보탰다.

다양한 도시재생사업 ‘미래의 자랑거리’

울산에서 봄철 상춘인파가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은? 이 물음에 삼호마을 주민들은 하나같이 벚꽃구경 삼매경에 빠져들게 하는 ‘무거천변’을 추천하지 싶다. 하지만 벚꽃 못지않게 아름다운 삼호동의 미래 자랑거리는 그것 말고도 숱하다. 그 다수가 국토부장관이 승인한 울산 남구청의 ‘삼호동 일원 주거지지원형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계획은 일종의 ‘마을개발 종합세트’ 같은 것.

<평생둥지 삼호마을>을 목표로 하는 ‘삼호동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의 뼈대사업은 크게 네 가지다. △(주민이탈 방지를 위한) 주거환경 재생과 △마을경쟁력 재생 △지역상권 재생 △지역공동체 재생이 바로 그것. 사업기간(2018~2021) 동안 ‘마중물사업비’만 200억원이 들어가는 야심찬 계획이다.

24가지나 되는 마중물사업에는 ‘와와 커뮤니티하우스 조성’, ‘철새특화거리(와와공원∼옥현초등) 조성’, 철새이야기꾼 양성‘ 사업도 들어가 있다. ‘와와 커뮤니티하우스’는 와와공원 옆 사립유치원을 사들여 ‘주민들의 공간’으로 꾸미는 사업(2019~2020). 지하1층, 지상2층 규모의 이 건물이 새 단장(리모델링)을 끝내면 회의장, 교육관, 다목적실, 문화공간, 주민사랑방이 줄줄이 그 문을 열어젖힐 참이다.

박주영 동장이 이 커뮤니티하우스에 거는 기대는 사뭇 커 보인다.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남구청 문화체육과 문화예술 담당이었으니 그동안 갈무리해둔 노하우를 새로운 임지에서 접목시킬 절호의 기회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일까? ‘삼호마을 거주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에 대한 질문에는 환한 미소로 답변을 대신한다.

삼호동을 ‘울산에서 가장 매력적인 마을’로 우뚝 서게 할 사업거리는 그밖에도 얼마든지 더 있다.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 △물 순환 선도도시 시범사업 △마을단위 주택 지원 사업 그리고 △철새홍보관 건립 사업이다. 그래서일까? 박 동장은 요즘 자신감이 되살아나고 있음을 진하게 느낀다. “물 순환 사업을 비롯해 여러 사업들이 서로 어울리다 보면 시너지효과가 엄청나게 커지고 정주환경도 몰라보게 개선되지 않을까요?”

26일 오후 박주영 동장(앞줄 맨 왼쪽)이 무거천변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는 벚꽃나무 아래에서 삼호동행정복지센터 직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삼호동
26일 오후 박주영 동장(앞줄 맨 왼쪽)이 무거천변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는 벚꽃나무 아래에서 삼호동행정복지센터 직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삼호동

 

‘삼호철새길’ 카드 꺼낸 주민자치위원장

근자에 ‘삼호마을’ 하면 곧잘 따라다니는 품사가 하나 있다. ‘둥우리(=둥지)’라는 명사다. 남구 고시 제2018-158호 ‘사업총괄계획도’에도 <삼호 둥우리, 사람과 철새를 품다>란 표현이 들어가 있다. 바로 태화강 삼호대숲을 찾는 겨울철새 ‘떼까마귀’와 여름철새 ‘백로’ 종류와 유관한 표현이다.

‘철새홍보관’, ‘철새특화거리’란 말이 우연히 나온 건 아니다. 이 사실을 박주영 동장은 누구보다도 잘 안다. 김성수 박사(경북대, 조류생태학)를 비롯한 전문가의 조언이나 측근의 제언에 자주 귀를 기울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측근’ 중에는 거의 매일 아침마다 티타임을 갖는다는 안은상 삼호동 주민자치위원장(58·지난해 11월 취임)을 빼놓을 수 없다.

안 위원장은 가칭 ‘삼호 철새길 8km’ 카드를 짬날 때마다 꺼내드는 ‘삼호 맨’. 그의 지론에 따르면 ‘산책거리 8km’는 ‘산책시간 4시간’과 맞물려 있다. ‘둘레길’ 개념의 마을길 산책에 걸리는 시간이 4시간은 돼야 하룻밤이라도 더 머물게 하는 ‘체류형 관광’을 유도할 수 있고, 4시간을 채우려면 산책거리가 8Km는 돼야 한다는 논리다. 박 동장은 그의 이 카드도 만지작거리는 눈치다.

‘궁거랑 벚꽃 한마당’ 행사도 이 구상을 펼치는 데 대단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어서 와, 삼호동은 처음이지?”라는 이름의 행사 프로그램인 ‘스탬프투어’에 각별히 신경 쏟는 것도 이 구상과 무관치 않다. 이번에 확정된 스탬프투어 구간은 동사무소(행복센터)→곰솔나무(수령 300~350년 추정)→삼호섬→삼호동 유래 상징물→철새공원→동사무소 코스. 하지만 갖가지 도시재생 사업이 하나씩 마침표를 찍을 때쯤이면 그 구간에도 적잖은 변화가 뒤따를 것이다.

변화의 조짐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철새홍보관이 들어설 와와공원 주변의 변화가 좋은 본보기다. 아늑한 카페 분위기의 커피숍 ‘아지트’는 27일로 영업개시 열흘을 갓 넘겼고, 와와 커뮤니티하우스 예정지의 옆 건물도 새 단장이 한창이다.

여천서 삼호로 정책이주…‘실제 고향’

박주영 삼호동장의 매일 아침 출근길은 ‘자연 속’이다. “숙소에서 나와 태화강변을 지난 다음 무거천을 따라 씩씩한 걸음으로 30분이면 도착하죠. 상큼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그야말로 자연 속을 거니는 신선 기분에 젖는다고나 할까요?”

그러면서 안은상 위원장의 말도 들려준다. “(그분이) 삼호동을 ‘갈수록 매력적인 마을’이라고 하더군요. 구청장님을 만났을 때는 ‘이렇게 아름다운 삼호동을 울산의 강남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고도 해요.” 삼호마을 예찬은 계속된다. “야트막한 삼호산, 그 앞쪽 섬골못, 어느 하나 정감이 안 가는 곳이 없는 것 같아요. 농지에서는 양봉도 하고…. 도농 분위기가 고루 섞이고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지닌 우리 마을, 몇 년 안 지나 서로 먼저 이사 오겠다고 다투는 마을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사실 박 동장에게 삼호마을은 고향이나 다름없다. 남구 여천동에 공장이 들어서면서 얼쩔 수 없이 정책이주로 떠나온 곳이 삼호마을이었고, 친정오빠가 그때부터 지금까지 눌러 살고 있는 곳도 바로 이 삼호마을이다. 약 20년 전(1998.10~1999. 12.)에는 7급으로 근무까지 한 곳이 이곳(당시 무거1동사무소)이었다.

공직에 첫발을 들여놓은 시점이 1989년 3월이었으니 이제 공직생활도 만 30년이 넘었다. 지난해 12월 송년행사 때 했던 건배사는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도도히 흐르는 무거천! 다시 융성하는 삼호동!” 그는 다음 말도 남겼다. “삼호동이 새롭게 살아나는 변화의 물결에 저도 함께 흘러가려고 합니다.”

울산여고 졸업생(29회)이고, 영화감상과 독서가 취미.

글=김정주 논설실장·사진=장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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