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가꾸며 느끼는 쏠쏠한 재미
채소 가꾸며 느끼는 쏠쏠한 재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3.2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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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시내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멋있는 벚꽃 구경은 궁거랑 축제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우리 집 화단에 있는 벚꽃나무는 그보다 2주 전쯤에 자태를 자랑한다. 3월 중순이면 만개하는 것이다. 봄을 알리는 전령이다. 필자는 매년 이 벚꽃을 보면서 봄과 마주한다. 집 화단을 조성할 때 몇 가지 기준을 정했다. 오랫동안 푸르름을 유지하는 수종과 꽃이 피는 수종, 향기를 지속하는 수종과 유실수 등을 다양하게 심었다. 1층과 옥상 화단에 주목, 측백나무, 벚꽃나무, 이팝나무, 배롱나무, 동백나무, 대추나무, 장미, 치자, 천리향, 만리향 등을 심어 늘 곁에 두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들판에는 아낙네들이 쑥이나 나물 캐는 모습이 늘어가고, 싱그러운 봄꽃이 꽃망울을 터트리는 시기에 우리 마음도 덩달아 여유로움으로 채워진다. 겨우내 옥상을 자기들 놀이터로 차지하고 있던 까마귀와 까치의 방문 횟수가 점차 줄어든다. 추울 때 먹이를 찾아 화분을 파헤치던 애들과 드디어 주도권이 바뀌는 순간이다. 자연스레 필자가 다시 주인 역할을 하게 되면서 자주 만나던 새들과는 잠시 소원해진다.

누구나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어 한다. 우리 집 옥상에는 화단과 함께 쉴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채소를 심을 수 있는 큰 화분과 꽃 화분이 있어 마음이 늘 풍요롭다. 그곳에 머무르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풀을 뜯어내면서 소일한다. 그곳에는 내 손길을 기다리는 정겨운 나무들과 화초가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공기가 느껴지면 자연스레 옥상에서 지내는 시간도 많아진다. 이 공간은 개인의 공간이면서 가족들과 함께하는 소통의 공간이다. 혼자 사색할 시간에도 찾게 되고, 가족들과 같이 어울릴 때도 있고, 해가 뜰 때나 해가 질 때나 계절에 관계없이 모두 좋다.

1년 내내 나오는 음식쓰레기는 그때마다 옥상 화단과 화분에 저장한다. 집에서 나오는 음식쓰레기는 곧바로 자연광에 의해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지금 지구는 각종 음식물쓰레기로 몸살을 겪고 있는데 우리 집은 햇볕에 의해 환경친화적으로 처리한다. 필자만의 노하우다. TV 드라마를 보면 옥상에는 옥탑방이 반드시 나온다. 그러나 우리 옥상에는 추운 겨울날을 제외하곤 내 손길이 많이 가야 하므로 그런 공간이 필요 없다. 동네에 버려진 화분을 가져와서 흙을 채워 음식쓰레기로 영양분을 만든다. 봄이 오면 고추, 피망, 가지, 파프리카, 오이 등 다양한 모종을 조금씩 심는다. 그러니 채소들은 친환경적이며 자연발생적으로 키운다.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벌레가 생기면 직접 손으로 잡는다.

겨울 식탁에 오른 피망의 씨앗이 화분에 머물다가 봄에는 놀랍게도 싹이 나온다. 땅 속에 숨어 있던 참외나 수박 씨앗에서도 싹이 돋아나 여름의 강한 햇볕을 받으며 자라 가을에는 결실을 선물할 때도 있다. 화분에 심은 고추나무의 성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가 난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자라는 고추나무나 느린 성장을 하는 고추나무나 모두 비슷한 크기로 성장해서 같은 결실을 가져다준다. 물론 느린 속도로 자라는 고추에게는 특별한 관심을 많이 보내기 때문이다. 역시 채소에도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옥상에 화단을 조성하고 자그마한 공간이나마 채소를 열심히 재배하면서 많은 것을 느낀다.

첫째, 나이가 들수록 적절한 신체활동을 해야 하는데 옥상에서 식물과 함께 호흡하며 움직이게 되므로 헬스장에 따로 갈 필요가 없다. 둘째, 새싹이 돋아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심적으로도 안정되어 정신건강에도 매우 좋다. 셋째, 음식쓰레기를 옥상에서 자연건조하기 때문에 배출이 줄어들어 온 인류가 걱정하는 기후온난화 예방에 일조한다. 넷째, 옥상에 화단을 조성하여 나무를 심고 화분에 채소를 가꾸면 더운 여름에도 건물 실내가 시원해진다. 다섯째,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도 맛있는 채소 가꾸기가 가능하다. 만물이 살아 숨 쉬는 이 계절에 나무 한 그루, 화분 한 개라도 곁에 두고 그 생명체의 성장을 지켜보며 잘 가꾸면 삶의 재미도 더욱 풍요해질 것이다.

<김귀열 NCN 전문위원 ㈜ 네오그린 연구소장·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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