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묘문화의 새 흐름 ‘흙장(土葬)’
장묘문화의 새 흐름 ‘흙장(土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3.2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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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뜻인가 싶어 24일 오전 인터넷을 뒤져보니 ‘흙장난’이란 단어밖에 나오지 않는다. 다음도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오후에 다시 시도하니 ‘흙장’이란 낱말이 그제서야 나타난다. 그만큼 생소하다는 얘기다. 이 용어를 접한 것은 23일 밤 KBS의 <특파원 보고-세계는 지금>에서였다.

워싱턴 주에서 합법화를 앞두고 있다니, 미국사회 일각에서는 사회적 논의가 제법 깊숙이 진척된 모양이다. 듣는 이에 따라 섬뜩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지구촌 현상의 한 단면이기에 애써 언급할 필요를 느낀다.

‘흙장(土葬)’이란 기존의 자연장, 수목장, 해양장과는 또 다른 장묘문화(葬墓文化)의 새로운 흐름으로 보인다. 사자(死者)의 주검(시신)을 30일 만에 흙으로 만들어준다는 새로운 장례 형태라는 것. 방송에서는 미국의 비정부기구(NGO) ‘Recompose(=개조)’의 케이틀린 도티 이사가 이 캠페인의 주창자로 나온다.

그녀의 지론은 이렇다. 지금까지의 매장 방식으로는 시신이 전부 썩는 데 짧게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수백 년까지 걸린다. 그러나 ‘흙장’은 30일 안에 유골(뼈)까지 흙으로 돌아가게 할 수 있다. 그러면서 방법도 제시한다. 1) 시신을 흙으로 만드는 시설로 옮긴다. 2) 시신 위에 낙엽과 식물 같은 것을 잔뜩 뿌린다. 3) 시신을 열과 공기에 노출시킨다. 요컨대, 우리로선 아직 ‘믿거나 말거나’ 수준이지만, 이런 방식으로 장례를 지낸 뒤 30일이 지나면 시신은 완전히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

문득 인간은 흙으로 빚어졌져서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라는 성경구절을 떠올리게 된다.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창세기2:7)”라는 대목과 “그의 호흡이 끊어지면 흙으로 돌아가서 그 날에 그의 생각이 소멸하리로다.”(시편146:4)라는 대목이 그것.

불교 쪽도 크게 다르진 않다. 동국대 이필원 교수(경주캠퍼스)는 그의 저서 <인생이 묻고 붓다가 답하다> 속의 칼럼 ‘인생은 나그네’에서 ‘법구비유경’을 인용해 이렇게 말한다. “몸이 있다고 하나 오래지 않아 모두 흙으로 돌아간다. 몸이 무너지고 마음이 떠나니 잠깐 머무는 삶(寄住=잠시 다른 곳에 얹혀사는 것), 무엇을 탐하는가?”

그러나 ‘Recompose’란 단체는 ‘흙장’을 종교적 관점에서 제안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환경보호론 쪽이다. 케이틀린 도티 이사는 “1년 동안 관(棺) 만드는 데 들어가는 목재 때문에 1만6천km²의 숲이 사라진다”고 주장한다. 바꾸어 말해 1년에 뉴저지 면적만큼의 숲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장례식을 할 때마다 매년 300만 리터의 포름알데히드가 방부제로 같이 묻힌다.”는 주장도 덧붙인다.

‘흙장’ 문제가 처음 전파를 타자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한 것은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찬반양론이 그럴싸한 논리로 팽팽히 맞서면서 수은주를 높여간다. 흥미로운 것은 <세계는 지금>에 출연한 패널 5인의 반응. 그들은 하나같이 찬성 쪽에 무게를 실어주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또 ‘흙장’의 출현 이유로, 미국이 워낙 땅덩어리가 넓은 나라여서 쉬 이해가 가진 않지만, ‘묏자리 부족’을 손꼽았다. 멕시코 출신 패널도 이 점은 동의했다. “우리 멕시코도 공동묘지가 부족하다 보니 원래 묏자리 주인의 관을 빼낸 다음 새 묏자리로 속여서 파는 범죄도 발생한다.” 묏자리 값도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뉴욕의 경우 2천만원짜리가 있는가 하면 3억원짜리도 있다는 것. 웬만한 우리 지방 아파트 한 채 가격이다.

어쨌거나 한 가지 진실은 있다. ‘흙장’이 국내에서도 장묘문화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을지 어떨지, 아직은 미지수라는 사실 말이다.

<김정주 논설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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