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플라스틱 쓰레기
갈 곳 잃은 플라스틱 쓰레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3.22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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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플라스틱 소비량은 2016년 기준 연간 1인 평균 98.2kg으로 세계 1위다. 이는 선진국인 미국(97.7kg), 프랑스(73.0kg), 일본(66.9kg)보다 높은 수치다. 세계 곳곳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왜 이렇게 플라스틱에 의존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플라스틱의 편리함을 쉽게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이제는 플라스틱 문제를 깊이 생각해 봐야할 시점이다. 이미 플라스틱 쓰레기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재앙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심각성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우리가 쓰고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는 어디로 갔을까? 재활용품으로 분리해 배출했으니 대부분 재활용되고 있겠지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일반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의 재활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새로운 플라스틱의 원료로 사용하는 물질재활용이고, 다른 하나는 화석연료를 대신하는 열적재활용이다. 문제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더러워 원료로 사용하기 어렵고 처리 비용이 높다는 것이다. 또 이물질이 많아 연료로 사용할 경우 다량의 독성물질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 몇 년 전 울산 업체가 설탕 제조에 필요한 스팀 생산을 위해 중금속으로 오염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사용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또 환경부는 이러한 환경유해 요소를 인식해 플라스틱 쓰레기의 사용 기준을 강화하기도 했다.

적절한 재활용 방법이 없고 처리 비용이 높다보니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이 찾은 탈출구는 쓰레기 수출이다. 몇 달 전 필자는 기고문을 통해 중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Plastic China’를 소개한 바 있다. 인건비가 싼 중국에서 대량의 재활용쓰레기를 수입해 분리·선별하고 가공해 원료나 연료로 다시 파는 쓰레기 사업을 다룬 이야기였다. 그런데 세계 최대 쓰레기 수입국인 중국이 2018년 재활용쓰레기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30년 이상 지속한 쓰레기 사업으로 중국 본토가 쓰레기더미로 변했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재빨리 동남아시아 5개국(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으로 눈을 돌렸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플라스틱 쓰레기 수출량(6만7천441톤)의 80%를 동남아시아 5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2018년 기준). 그런데 동남아시아 수출도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난달 필리핀에 불법 수출한 우리나라 플라스틱 쓰레기가 다시 반송된 사례가 있었다. 더 이상 더러운 플라스틱 쓰레기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것이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갈 곳을 잃어 가고 있다. 그러나 플라스틱 사용을 멈추지 않는 한 플라스틱 쓰레기는 계속 발생할 것이다. 잠시 스쳐지나가겠지 했던 재활용쓰레기 대란은 아직 끝난 게 아닌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 곳곳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지난 16일 CNN은 “South Korea’s plastic problem is a literal trash fire”란 제목으로 경북 의성군의 쓰레기 산을 보도했다. 한국 플라스틱 문제는 문자 그대로 엉망진창이고, 이는 한국인이 플라스틱을 지나치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드러나지 않았을 뿐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우리가 사용한 플라스틱의 몇 퍼센트가 재활용될까? Geyer 등의 연구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15년까지 65년 동안 전 세계에 6천300백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중 단 10%만이 재활용되고, 나머지 13%는 소각 그리고 77%는 매립되거나 버려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는 어디로 갔을까? 우리나라는 상황은 어떨까? 사라진 플라스틱의 행방을 알아야 갈 곳 잃은 플라스틱이 주는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음 편에서는 사라진 플라스틱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한다.

김희종 울산발전연구원 환경안전연구실장, 환경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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