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김옥이 서예가 “남편 퇴직 후 취미로 시작… 다양한 서체 익혀”
울산 김옥이 서예가 “남편 퇴직 후 취미로 시작… 다양한 서체 익혀”
  • 김보은
  • 승인 2019.03.21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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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문예회관서 생애 첫 개인전 선보여딸에게 줄 병풍 2점 등 작품 50여점폐암 이겨내고 작품 활동에 열중
21일 김옥이 서예가가 자신의 첫 개인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1일 김옥이 서예가가 자신의 첫 개인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칠순 기념으로 하려던 첫 전시를 좀 앞당겼습니다. 팔 힘이 그때까지 못 버텨줄 것 같아서였죠. 지금은 칠십까지 기다리지 않길 잘했다 싶습니다. 너무 행복하거든요. 많은 분들이 전시장을 찾아 저와 같은 감동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21일 울산문화예술회관 제1전시장에서 만난 김옥이(66) 서예가는 이 같은 행복한 심경을 전했다.

그는 지난 20일 문예회관 제1전시장에서 그의 생애 첫 서예 개인전의 문을 열었다.

전날 딸 넷에 손자들까지 총출동해서 북적북적하게 개막식을 치룬 그는 “손자들이 작품을 보고 할머니가 자랑스럽다고 하더라. 작품을 할 때 삶을 반듯하게 살겠노라, 자식들에게 좋은 어머니의 모습을 보이겠노라는 마음으로 글귀를 정하는 데 손자들의 말을 들으니 보람됐다”고 말했다.

김옥이 서예가는 2006년 남편이 퇴직한 해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서예를 시작했다. 한글 서예부터 문인화(사군자), 전서·예서·행서·초서 등 한문서예까지 여러 서예 분야를 고루 익혔다. 덕분에 이번 전시에는 다양한 서체의 작품 50여점이 걸렸다.

이 중 가장 아끼는 작품은 둘째 딸과 셋째 딸에게 선물할 병풍 2점이다. 둘째 딸에게는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 셋째 딸에게는 ‘반야심경’이 적힌 병풍을 주기로 했다.

“딸 넷 중 제사를 모시게 될 둘째와 셋째에게 병풍을 선물하기로 했어요. 특히 셋째 딸은 종갓집 맏며느리예요. 막바지 작업 중에 글자 두개가 틀려 약속을 못 지킬 뻔 했는데 밤새워 다시 완성했어요. 딸들이 개막식에서 작품을 보더니 무척 기뻐하더라고요.”

그는 서예가 단순한 글이 아닌 ‘인생’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먹은 늘 손으로 직접 갈고 벼루와 붓도 깨끗이 씻는다. 작업이 생각만큼 안 될 때는 몇 번씩 다시 씻기도 한다.

그는 “정갈하게 준비를 마치고 잘 갈아낸 먹물에 깨끗한 붓을 담가 다듬으면 모든 잡념이 사라진다. 때로는 염불을 외면서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주변의 평안을 빈다”고 설명했다.

그가 마치 수행하듯 작품 활동에 열중하게 된 것은 7년 전 폐암 수술을 받으면서다. 서예 공부를 시작한지 5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는 “2012년 폐암 수술을 하면서 서예가 힘에 부쳤다. 하지만 오히려 병을 앓으면서 운이 좋아졌다”고 이야기했다.

수술한 뒤 2013년 울산시 미술대전 서예부문 대상, 2014년 울산 전국 서예문인화대전 대상의 기쁨을 안았기 때문이다. 2016년에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부문 서울시의회 의장상을 받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꾸준히 운동해서 건강관리에 힘쓸 생각이다. 계속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울산시민에게 “취미 없는 사람은 미술전시를 어려워하지만 막상 와보면 감동을 받을 수 있다. 언제든 전시장에 놀러와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옥이 서예가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부문, 울산 전국 서예문인화대전, 울산 미술대전의 초대작가와 울산미술협회, 울산서도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전시는 오는 25일까지 이어진다. 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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