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꽃, 유럽 편 (6)- 고풍스러운 독일 ②
-여행의 꽃, 유럽 편 (6)- 고풍스러운 독일 ②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3.21 23: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유럽 가는 길에 도착한 뮌헨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하루를 묵게 되었다. 저녁 식사 후 산책길에는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기찻길이 있었다. 우리네 시골 풍경과 같아 굉장히 친근감이 들었다.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가 연상되는 동상 뒤에 노부부가 다정하게 담소 나누는 모습도 정겹게 보였다.

뷔르츠부르크는 독일의 남서쪽에 있고 라인강과 인접해 있는 옛 도시이다. 헤르만 헤세가 ‘고향을 선택할 수 있다면 여기를 선택하겠다.’고 말한 곳이다. 그만큼 풍경이 뛰어난 곳이다. 이곳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와인을 꼽을 수 있다. 프랑켄와인의 주요 생산지로 근처에 포도밭이 많이 보인다. 마리엔베르크 요새와 레지덴츠 정원 등이 대표적인 볼거리이다.

레지덴츠 궁전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노이만의 총지휘 아래 유럽의 쟁쟁한 건축가와 화가, 조각가들이 모여 완성한 대작이다. 레지덴츠 내부에는 여전히 대규모의 계단, 이치형의 지붕, 베네치아 화가 G.B.Tiepolo의 프레스코 천장화 등이 잘 보존되어 있다. 이 궁전의 극치는 거울의 방으로 화려하다.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을 본떠 만들었다는 설도 있을 만큼 비슷하다.

궁전 앞에 조성된 정원의 조경이 매우 멋지다. 기하학적으로 조성된 잔디와 만화에 나온듯한 고깔을 씌워놓은 것같이 깎은 나무가 매우 인상적이다. 형형색색의 꽃들과 로코코 양식의 철문, 분수, 조각품, 나무터널 등 다 예쁘다. 깔끔하고 인조적으로 꾸며진 유럽식 정원의 전형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무화과 열매 한 개가 익어 단물 흘리는 것을 보고 동행한 언니가 따 먹었다. 훔쳐 먹은 금단의 열매는 너무나 달콤했다고 지금도 얘기를 한다. 해지기 전까지 입장 가능하고 입장료는 없다.

마리엔베르크 요새는 B.C. 천 년경에 세워졌다. 후에 주교의 주거지로 쓰였으나 1520년대에는 농민전쟁 때 폭도들의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이 성은 1600년대에 르네상스 양식의 궁전으로 재건되었고 우물 사원에는 깊이가 104m나 되는 우물이 있다. 17세기 영주의 정원으로 이용되었다. 1867년 요새로 바뀌면서 건물들이 병영과 창고로 쓰였다. 겉으로는 두꺼운 성벽으로 겹겹이 싸여있으나 후원에 장미농원을 잘 가꿔 놓았다. 이 성에서 바라본 마인강변과 시내의 풍경이 아름답다.

공항 가는 길에는 프랑크푸르트의 랜드마크이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뢰머 광장이 있다. 광장에는 특이한 형태의 삼각형 목조 골재를 가진 건물이 있는데 통칭 오스트차일레라고 한다. 전쟁 때 무너졌던 것을 원본을 재현하여 중세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아름답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정의의 분수와 정의의 여신 유스티아의 동상이 있다. 광장에서 주말마다 벼룩시장이 열리며, 매해 7~8월 무렵에는 민속축제인 마인페스트가 개최된다.

광장 서쪽에 자리한 3동짜리 건물은 시청사로, 원래 귀족의 저택이었으며 15세기에 시의회가 사들인 것이다. 계단식으로 된 삼각 지붕이 특징인 운치 있는 건물이다. 종종 결혼식을 올리는 광경을 볼 수 있는데 그날도 결혼식이 있었다. 유난히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인상적이었다. 시청사의 발코니는 종종 유명 인사들이 군중과 만나는 자리로 아무나 설 수 없는 곳이다. ‘차범근’ 선수가 방문해서 이곳 사람들은 한국 하면 ‘차범근’을 기억한다고 했다.

뢰머 광장 동쪽에 있는 대성당은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선거 및 대관식이 거행되었던 유서 깊은 곳이다. 이곳에서 대관식을 마친 황제는 시청사 건물인 뢰머에서 축하연을 열었다. 축하연이 열린 2층의 방을 ‘황제의 방(카이저 돔)’이라고도 한다. 332개의 계단을 따라 95m의 탑에 올라가면 라인 강을 따라 형성된 시가지와 타우나스 산을 볼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 시민의 위대한 아들’이라는 호칭을 받았던 대문호 괴테가 1749년에 태어난 생가가 있다. 대학 입학까지 16년을 보낸 집이다. <파우스트>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썼던 곳이다. 현재는 자필원고와 초상화를 전시한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괴테는 이 집을 자유형의 계단, 정원의 아름다운 전경을 갖춘 넓고 밝고 즐거운 집으로 표현하고 있다. 독서 강의할 때 괴테 어머니의 독서법을 얘기하곤 하는데 역시 어머니들의 영향력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요정이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선원들을 불러들인 후 물에 빠져죽게 했다는 전설이 있는 라인 강의 로렐라이 언덕이 있다. 많은 분이 실제로 가보고 실망했다고 한다. 무형을 유형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슈베르트의 마왕, 브람스의 자장가가 독일의 가곡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도 독일의 음악이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베를린 국제 영화제가 있다. 예술을 사랑하는 민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970년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바르샤바 유대인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나치스의 악행을 사죄했다. 과거사 청산의 태도가 인종차별과 민주주의, 평화에 민감한 의식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반해 일본은 참 뻔뻔한 민족이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우리 내면에 자리 잡은 일본에 대한 반감으로 아직도 일본 여행을 안 가는 중년층이 많다. 3·1운동 백 주년을 맞아 일본의 태도에 울분이 솟구친다.

<김윤경 여행 큐레이터>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