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투사 관련 특별법 만들어야
광복투사 관련 특별법 만들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3.19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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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어도 살 사람’은 우리 조상들이 심성이 착한 사람을 일컬을 때 쓰던 말이다. 그런데 최근 3·1절 보도를 통해 이 ‘법’ 때문에 과거 광복투쟁을 했던 애국지사들과 그 후손들 다수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나라를 원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 목숨을 바치는 위국수명(危國授命) 정신을 실천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광복과 현재의 번영도 있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나라가 어려워질 때 그런 애국지사들이 많이 나와야 겨레와 나라의 장래가 밝아진다. 그러기를 바란다면, 나라에서 특별법을 만들어 그런 사람들을 제대로 챙겨주어야 한다.

2월 22일 문화일보에는 단재 신채호 선생 둘째아들(신수범)의 부인 이덕남(76세)씨 대담 기사가 실렸다. 현재 북경의 딸집에 살고 있으나 2월 21일 열린 ‘신채호 선생 순국 83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온 김에 인터뷰에 응한 이 씨는, “매국노가 물려준 땅과 재산은 후손들에게 잘도 돌려주면서, 독립운동가들이 국권 회복을 위해 싸우기 위한 방편으로 호적을 남기지 않은 현실은 무시하고, 호적이 없다고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 재산을 돌려주지 않는 나라가 정상인가요?”라고 말했다.

1996년쯤 시아버지가 중국으로 망명하기 전에 살았던 서울 삼청동 집터(현재 주차장)에 대한 재산반환 신청을 했었는데, 당시 담당판사가 “백작 이완용, 공작 송병준의 호적을 보여주며 ‘호적이 정리돼 있으니 안 줄 도리가 없다, 그런데, 단재 선생은 호적이 없어 어쩔 수가 없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호적이 남아있지 않은 것은 광복투사들이 일제가 식민통치를 위해 도입한 호적에 이름 올리기를 거부했기 때문인데, 광복 후에도 우리 정부에서 그런 분들의 호적을 찾아서 정리해주지 않는 바람에 계속 호적 없는 무국적자로 남아있었던 것이다. 이 씨는 “시아버지인 단재 선생의 호적이 없어 시어머니 박자혜 여사는 혼인신고를 하지 못하고 아들을 자신의 호적에 올리다보니 남편은 호적에 아버지 없는 사생아가 되어 비참한 생활을 하다 1991년 돌아가셨다. 후손들은 단재 선생 저작물에 대한 지식재산권도 갖지 못하고 있다. 단재 선생의 호적도 내가 정부에 수차례 탄원한 끝에 2009년에야 만들어졌다”며, 어렵게 살아온 실상을 토로했다.

단재 선생의 대일광복투쟁이 인정되어 대전의 생가와 충북 청주시 묘소는 문화재로 지정돼 있지만, ‘법 때문에’ 그의 집터는 찾아줄 수 없다는 것은 ‘공적은 인정하지만 사적 재산은 인정하지 않는’ 희한한 법 논리다. 애국이 아닌 매국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법은 누가, 누구를 위해 만들었으며, 이런 나라를 제대로 된 법치국가라 할 수 있을 것인가? 만약, 판사의 말대로 ‘법’ 때문이라면, ‘우리나라 법조인들의 법의식이 아직도 일제 잔재인 명치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이을형 전 숭실대 법정대학장의 지적을 감안하여 법을 고쳐야 한다.

이 외에도 광복투쟁을 한 인사들과 그 후손들의 어려운 삶과 관련해서는 그 사례가 많이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런 현상들이 이승만 정권이 친일부역자를 단죄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겼다는 사실이다.

일신의 영달을 위해 나라와 민족을 등지고, 일제로부터 귀족 작위와 은사금, 은사토지를 하사받은 친일파와 그 후손들은 반민족 행위 덕분에 오늘날까지 상류층으로 행세하며 호의호식하지만,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광복투사와 그 후손들은 극심한 생활고와 함께 법적으로까지 냉대를 받는 게 현실이다. 이는 나라를 위한 활동에 대한 정당한 보훈체계를 확립하지 못한 정부에게 책임이 있으며, 제때에 청산되지 못한 과거 적폐의 되물림인 것이다.

그들의 광복투쟁에 대한 증거자료와 증언해줄 사람들도 유명을 달리한 현재, 그것을 바로잡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100주년을 맞는 올해에는 미래의 애국자 탄생을 위해서라도 이런 법의식을 뛰어넘어 광복투사 후손들의 재산권을 비롯한 많은 제약을 과감하게 해결해주는 특별법 제정이 꼭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박정학 역사학박사,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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