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 산업혁명이 만드는 농업 ② 하우스농업으로 이룬 백색혁명
▶ 4차 산업혁명이 만드는 농업 ② 하우스농업으로 이룬 백색혁명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3.18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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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도 채소와 과일을 먹을 수 있게 한 ‘백색혁명’은 온실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생겨난 농업의 대변혁이다. 1970년대 농경지를 뒤덮은 비닐하우스에 햇빛이 비치면 온통 흰색으로 물들어 ‘백색혁명’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온실에 대한 기록은 애초 17세기 독일 하이델베르크 온실로 알려져 있었으나, 2001년에 ‘세계 최초의 온실을 기록한 책’이 우리나라에서 발견되었다. 세종임금의 어의였던 전순의는 겨울에 채소를 키우는 온실의 건축법을 기록한 ‘산가요록(1453)’을 저술했다. 이 책은 독일 하이델베르크 온실보다 170년 이상 앞선 기록으로, 그 덕분에 세계 최초의 온실에 대한 기록이 1450년대까지 거슬러 오르게 되었다. 더욱이 전순의는 온실의 건축공법까지 자세하게 기록해 이를 토대로 조선의 온실을 그대로 재현할 수가 있게 되었다. 조선시대의 한겨울 채소는 귀하신 몸으로, 광해군일기에는 광해군이 이 충의 집에서 가져온 채소를 기다렸다가 밥을 먹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1920년대에는 대나무나 목재 골조에 기름종이를 덮어서 온실로 사용했다. 1933년에 영국의 에릭 포셋과 레지널드 깁슨이 상업화가 가능한 비닐(PE=polyethylene)을 발명했다. (20 12, 문학동네) 우리나라에서는 1954년에 최초로 폴리에틸렌 필름을 공업용으로 생산·공급하기 시작했고, 1960년대 이후에는 비닐하우스가 일반화되었다. 1970년대에는 전국적으로 온실 재배단지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연중 생산이 가능한 농업기술이 보급되었다.

특히 1970~80년대에 우리나라에서는 도시화·산업화로 도시민들의 식재료 수요가 급증하자 국민 식생활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비닐하우스 농법 발달이 가속화되었다. 1960년에 전국의 비닐하우스는 100ha에 불과했으나 1980년대에는 약 7천300ha로 70배 이상 성장했고, 2017년에는 약 5만4천ha에 이르렀다.(2017, 농림축산식품부) 우리 울산의 경우 252ha의 온실에서 부추·딸기·화훼류 등 다양한 농산물을 계절에 관계없이 생산·공급하고 있다.

약 5만4천ha의 국내 온실 중 99.2%가 비닐하우스이고 유리온실은 0.6%(2017, 농림축산식품부)에 그쳐 유럽처럼 유리온실을 보기 어려운데, 이는 우리나라의 기후특성 때문이다. 유리온실이 반영구적인 데 반해 비닐하우스는 1∼5년 간격으로 비닐을 교체해야 하는데도 유리온실을 선호하지 않는 것은 일교차가 심하고 광선의 강도가 세기 때문이다. 유리온실은 대부분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영국 등지에 집중 분포하는데, 이들 국가는 연중 기온편차가 크지 않고 겨울철 광량이 부족해 빛 투과율이 높은 유리온실을 선호하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에는 해저에 세운 농장 즉 바다 속으로 진출한 온실이 있다. 온실은 땅에서만 짓는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바다에다 짓는 실험 프로젝트가 이탈리아 리구리아 주의 수심 8미터 아래에서 진행됐다(www.nemosgarden.com). ‘니모의 정원(Nemo’s Garden)‘이라는 이름의 해저온실은 바다의 자연적 특성을 이용해 지어졌다. “정말 바다에 온실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에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바다 속에 수중온실을 만들고 채소를 재배하는 시험으로 이어졌다. 무분별한 도시화와 심각한 기후변화 등으로 농작물을 가꿀 토지나 환경이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이를 대신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시도였다. 바다에 풍선 모양의 해저온실 5개를 이용해 상추와 딸기, 바질, 콩을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이어온 온실의 역사와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도전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어떻게, 어디까지 발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계속 이어짐)

<윤주용울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 농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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