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산책] 시민이 원하는 공공병원
[정가산책] 시민이 원하는 공공병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3.1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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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병원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설립, 운영하는 병원으로 국립대학병원, 국립의료원, 시·도립 병원 등이 이에 속한다. 이러한 공공의료시설이 울산에는 없다. 인구 120만의 광역자치단체임에도 제대로 된 공공종합병원이 없어 다른 지역의 병원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은 헌법에서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병원들은 자유방임형 의료제도로서 공공부문이 취약하며, 그마저도 도시지역에 집중 분포되어 있다. 한국이나 미국 등을 제외한 세계 대부분의 병원들은 정부가 소유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복지국가는 교육, 의료, 주거 부문의 공공성 강화를 특징으로 한다. 시민의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의료자원의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거점별 공공의료기관의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정부로부터 국비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받은 산재전문공공병원 건립과 관련해 울산시장은 공공병원 건립 공약을 지켰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말 그럴까? 울산에 들어서게 될 산재전문병원도 공공병원이긴 하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300병상 규모의 산재치료 전문병원은 울산시민들이 원하는 제대로 된 공공병원으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 다수의견이다. 그 이유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울산지역의 최대 민간병원인 울산대병원의 경우 병상 수는 900병상을 넘어선다. 전체 의사 수는 348명이고 병상당 0.39명 수준이다. 다음으로 큰 동강병원은 564병상 규모에 의사는 84명이다 병상당 0.15명 수준이다. 그런데 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의 공공병원 가운데 인천병원의 경우 354병상 규모에 의사는 29명이며 병상당 0.08명꼴이다. 울산에서 가까운 창원병원은 260병상 규모에 의사 수는 25명으로 병상당 0.1명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울산에 지어질 근로복지공단 산하의 산재병원 건립규모는 300병상 정도로 예정되어 있다. 다른 지역 산재병원의 수준을 미루어 짐작해 보면 예상되는 의료의 질이 울산의 민간병원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울산시민이 마음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질 높은 의료수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마저도 산재환자 중심으로 운영될 예정이라 일반 시민의 의료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시민 의료복지 차원에서 제대로 된 공공의료시설이 더 늘어나야 하는데 산재병원이 국비로 건립되어 버리면 국가재원의 한계로 인해 추가적인 공공병원 건립이 한동안 어려워지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비슷한 사례로 국립으로 먼저 지어진 유니스트를 들 수 있다. 국립대학이 없는 울산에 많은 시민이 오랫동안 요구해 국립대학이 들어서게 되었지만 시민이 바란 지역인재 육성을 위한 고등교육기관의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특수대학 형태로 설립되었다. 그마저도 교육부 산하에서 과기부 산하의 과학기술원으로 바뀌어 이제는 특정연구기관이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임에도 설립 당시의 약속 때문에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유니스트에 울산시와 울주군이 매년 수백억 원의 시민 세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국립시설 유치는 국비와 함께 자치단체의 세금이 상당부분 투입된다.

그러므로 울산시민이 바라는 국립시설을 만들어야 제대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시민의 세금으로 지어지는 의료시설을 시민이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물론 노동자가 많은 지역 특성상 산재전문공공병원도 필요하다. 하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는 것이다. 전체 시민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공공종합병원이 먼저 들어서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산재병원을 짓고 나서 바로 공공종합병원을 지을 수 있다면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국가의 예산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중요하고 급한 것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 부분의 반발을 눈치 보거나 경제적 타당성만을 따져 어정쩡한 의료시설이 들어선다면 설립 후 운영상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이다. 제대로 된 변변한 공공병원 한 곳 없는 울산지역의 분권발전은 더뎌질 것이며 지역의 인구감소 등 공동화현상은 더욱 빨라질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울산시는 시민의 건강권과 지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시민의 요구에 걸맞은 공공종합병원 설립을 위한 준비에 당장 들어가야 할 것이다.

김성재 정의당 울산시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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