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서운암의 16만 도자대장경을 아시나요?
통도사 서운암의 16만 도자대장경을 아시나요?
  • 김보은
  • 승인 2019.03.17 19:1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국통일·세계평화 발원하며 10여 년간 제작
지난 15일 통도사 서운암 주지 효범 스님이 장경각에서 16만 도자대장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일지 기자
지난 15일 통도사 서운암 주지 효범 스님이 장경각에서 16만 도자대장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일지 기자

 

해인사에 팔만대장경이 있다면 통도사 서운암에는 16만 도자(陶瓷)대장경이 있다. 유일무이한 대장경으로 제작부터 봉안할 장경각 건립까지 도합 22년이 걸려 지난 2012년 완성됐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나 최근 남북 관계가 진전되면서 이 도자대장경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되는 분위기다. 

지난 15일 도자대장경이 조성된 경남 양산시 통도사 서운암에서 주지 효범 스님을 만나 도자대장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통도사 방장 중봉 성파 큰스님은 1991년 ‘조국 통일’, ‘세계 평화’를 발원하며 통도사 19개 암자 중 하나인 서운암에 도자대장경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10년 뒤인 2000년 9월 마무리했고 곧바로 도자대장경을 봉안할 장경각 건립에 들어가 2012년 4월 건립을 완료했다.

효범 스님은 성파 큰스님의 시봉(侍奉)으로 16만 도자대장경 제작을 가까이에서 함께했다.

성파 큰스님의 지휘 아래 효범 스님을 포함한 제자 5명, 기술자 20여명이 경내 6개 가마를 하루 24시간 무려 10년을 돌렸다.

“대장경을 법보라 합니다. 불교에선 법보를 부처님 보듯이 모시죠. 일생에 법보 만드는 일을 하는 건 드물어요. 판 한 장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일희일비했지만 이 일에 동참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는 자긍심이 들어 힘든 줄 몰랐습니다.”

16만 도자대장경은 해인사의 팔만대장경과 다른 점이 많다. 해인사의 대장경은 8만1천528장의 목판양면인데 반해 도자대장경은 흙을 주재료로 단면 제작해 도판이 16만3천56장에 이른다.

또 해인사의 대장경은 인출(印出)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글자가 좌우 반전돼 있다.

반면 서운암의 대장경은 대장경 자체에서 내용을 보기 위해 반전돼 있지 않다.

목판이 아닌 도자로 제작한 이유를 묻자 효범 스님은 “모든 선택은 영원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한다. 영원성을 염두에 두신 게 아닐까”라며 큰스님의 의중을 짐작했다.

그는 “목판은 나무에 타기 쉽지만 도자는 습기에 강하고 불에 탈 염려도 없다. 도자기에 조예가 깊으신 큰스님께서 영원성이 있다고 판단해 선택하셨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추측했다.

이날 효범 스님은 38년째 곁에서 모시고 있는 성파 큰스님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큰스님은 혼자만 수행하는 게 아니라 도자대장경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이상을 제시하고 현실화했다. 흙 속에 감춰진 보석 같은 분을 모실 수 있어 행복하다”고 전했다.

이어 “도자대장경을 봉안한 장경각은 예술적으로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는 큰스님의 종합작품이다. 도자뿐만 아니라 건물의 옻칠 등에도 큰스님의 손길이 닿았다”며 “다음 달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옻칠예술을 주제로 한 큰스님의 전시도 열린다. 큰스님의 행보를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효범 스님에게 조국통일을 위해 앞으로 불교계가 해야 할 일을 묻자, 본연의 자세에 충실해야 한다고 답했다.

“남북문제에서 스님의 역할은 정치하는 것이 아니지요. 부처님 가르침대로 수행이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 됩니다. 큰스님께서 ‘조국 통일’을 발원하기 위해 16만 도자대장경을 제작한 것처럼 말이죠. 덕분에 우리는 도자대장경을 보고 조국의 통일을 떠올리게 됐지 않습니까.”

마지막으로 그는 울산시민들이 16만 도자대장경을 직접 보고 부처님의 뜻으로 마음의 평화를 갖길 기원했다.

“16만 도자대장경의 조성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조급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늦더라도 사람들의 가슴과 가슴으로, 깊은 감명을 전한다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울산시민들도 직접 와 도자대장경 조성과 부처님의 뜻을 깨닫고 마음의 평화를 찾길 바랍니다.”

김보은 기자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