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 조합장선거와 매산초 어린이회선거
3·13 조합장선거와 매산초 어린이회선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3.14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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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선거’, ‘혼탁 선거’, ‘깜깜이 선거’란 비판 속에서 말도 탈도 많았던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지난 13일 막을 내렸다. 울산에서도 농·수협·산림조합장 19명이 새로 선출됐으나 뒷맛은 여전히 개운치 못하다. 겉으로는 적어 보여도 선거법(‘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사례가 울산에서만 10건이나 되고 그중 기부행위 5건을 포함한 7건은 검찰 수사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도 어른들이 거꾸로 본받아야 할 참신한 어린이 선거 소식이 들려 기분전환의 계기를 마련해 준다. 반가운 소식을 전해준 곳은 울산 강남교육지원청이 관할하는 북구 매산초등학교(교장 우정수)다. 지난 11일 치러진 이 학교 전교어린이회 임원 선거는 어른들의 3·13 조합장선거와는 차원이 달랐다. 돈이니 혼탁이니 깜깜이니 하는 단어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기 때문이다.

학교 측에 따르면 투표권을 가진 4·5·6학년 학생들은 어린이회 임원들을 ‘직접투표’로 뽑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린이들은 이날 1교시, 강당에 모여 어린이회 임원 후보자들의 ‘소견 발표’와 ‘토론’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았고, 후보들이 내건 공약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실감나는 체험을 통해 민주주의를 제대로 배우고 아름답게 꽃피우기까지 한 것이다.

매산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선진적인 투표방식을 몸소 체험한 것도 이번 선거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어린이들은 전자투표와 비슷한, ‘학교 홈페이지를 이용한 온라인 투표’로 마음에 드는 후보에게 표를 찍었다. 그 덕분에 투·개표에 걸린 시간이 많이 줄었고 불편함도 많이 덜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보람의 곁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큰 보람은 ‘소중한 한 표’의 의미를 피부로 느끼면서 민주주의의 산교육을 체험할 수 있었던 점이다.

이와는 달리 조합원 어른 79.8%(울산)가 투표에 참여한 3·13 조합장선거는 어린이들에게 차마 보여주기에는 낯 뜨거운 사례의 본보기로 또다시 기록될 것이다. 금품을 주고받는 등의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가 덜미를 잡힌 어른들이 전국적으로 725명이나 되고, 식사대접을 받은 어떤 조합원은 밥값의 15배나 되는 과태료 물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실제로 3·13 선거사범 725명 중에는 금품·향응을 주고받은 ‘금품선거사범’이 472명(65.1%)으로 가장 많았다.

한 보도매체는 <조합장선거가 뭐길래…돈뭉치에 한우세트·양주까지…>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창피스러운 어른들의 민낯을 고스란히 끄집어냈다. 한창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못난 짓을 그대로 본받을까봐 겁이 난다는 학부모들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판이다. 그래서 절실한 것이 ‘선거사범에 대한 단호한 처벌’이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는 사실을 똑똑히 보여줌으로써 관계법이 종이호랑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어린이들을 ‘돈 선거’, ‘혼탁 선거’로부터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관계당국은 어린이들도 다 하는 ‘소견(정견) 발표’ 조항조차 두지 않은 관계법을 조속히 뜯어고쳐 ‘깜깜이 선거’의 오명도 깨끗이 씻어내도록 채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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