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단 갯봄맞이꽃 자생지, 누가 보호하나?
최남단 갯봄맞이꽃 자생지, 누가 보호하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3.1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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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야생화 동호인들이 발견한 북구 갯봄맞이꽃 자생지는 최남단 자생지라는 지리적, 생태적 중요성이 있음에도 계속 훼손 위기를 맞고 있다. 책임감을 갖고 보호할 시스템이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지난 2014년 자생지 위쪽 농토에서 성토작업을 하던 중 토사가 밀려와 매몰될 뻔한 위기가 있었으나 작업이 중단되면서 한고비를 넘겼다. 지자체는 자생지 보호를 위해 울타리를 치거나 안내문을 붙이려던 계획을 ‘모르는 사이 훼손될지 모른다’는 우려로 단념했다. 현장을 그대로 두고 모니터링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2017년 5월, 야생화 동호회원의 다급한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달려갔을 때는 해안산책로와 연결되는 전망용 원형 데크의 기초와 뼈대가 될 철구조물이 이미 설치되어 있었다. 반대편 자생지 위로도 데크를 설치하기 위해 큰 바윗돌을 덮어 기초공사를 해둔 상태였다. 공사 중에 묻히지 않고 남은 개체들이 갯봄맞이꽃 자생지였음을 알려주었다.

국가지정 멸종위기종을 보호·관리하는 환경부(낙동강유역환경청)에 이 사태를 알렸고, 유역환경청은 시행부서인 북구청을 검찰에 고발했다. 조사결과 북구청이 멸종위기종인 갯봄맞이꽃의 존재나 자생지에 대해 ‘몰라서’ 그랬다는 것이었다. 결국 원형 데크를 남쪽으로 10여m 옮기고 자생지 위쪽의 햇볕을 가리는 데크는 투시형 바닥으로 교체했다.

또 2018년, 같은 과에서는 자생지와 50여m 떨어진 곳에 오토캠핑장을 조성하기 위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과도 협의를 마친 후에는 기초공사 일부를 시행했다. 이때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다른 부서에서 멸종위기종 조사를 하면서 이 사실을 알고는 자생지가 토사에 매몰될 우려가 있다며 공사를 중지시켰다. 문제는 환경영향평가 조사를 7월 말부터 9월 초까지만 한 데 있었다.

2017년 당시만 해도 자생지에 푯말과 안내문이 붙어있어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멸종위기종임을 알 수 있는데도 조사결과에 갯봄맞이꽃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부실조사에 대한 책임은 영향평가 회사에 있다. 또 멸종위기종과 관련, 같은 과 같은 부서에서 비슷한 일이 되풀이된 데 따른 행정적 잘못도 따져야 한다. 덧붙여 환경부(낙동강유역환경청)나 환경평가위원들도 성의 없는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책임질 부분은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멸종위기종 2급인 갯봄맞이꽃의 자생지 보호·관리는 중앙부처에서 한다. 지방분권제가 시행되면서 중앙정부가 전국적인 자생지 보호를 상시적으로 하기는 힘들다. 뜻있는 이들은 국가지정 멸종위기종이라도 시민과 지자체가 서로 협의해서 인력이나 재정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국가지정’인 만큼 중앙정부는 지자체에 관리권한을 주고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지자체는 이를 성실히 관리해야 한다.

자생지를 묶어만 놓지 말고 생태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갯봄맞이꽃은 5월부터 9월 정도까지 꽃을 피운다. 따라서 꽃이 피어 있을 때만 자생지를 공개하고 자연환경해설사를 시켜 자생지에 대한 설명과 가이드를 하게 해주자는 것이다. 이것이 생태관광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아니겠는가.

주민들을 자생지 설명이나 시설 보호를 위한 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해서 자격을 부여할 필요도 있다. 갯봄맞이꽃 자생지 주변의 우가산 봉수대와 당사 해상낚시터, 어물동 마애여래좌상, 유포석포, 정자 활만송, 신흥사를 비롯한 문화유산을 둘러보며 사랑길 걷기도 할 수 있게 안내하면 좋을 것이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복수초, 변산바람꽃 자생지도 보호책을 마련하고 공개할 필요가 있다. 또 포항 흥해에서 강동지역 사이에는 6천 년 전 자연유산이자 이곳에만 있는 연체동물 화석지가 계곡마다 남아있다. 희귀한 지질, 지형자원까지도 전시할 공간을 마련하게 되면 동해 바다와 함께 하루 이상 머물 수 있는 훌륭한 생태관광지로 변모할 것이다.

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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