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원의 세상보기]일본 아이돌 ‘타카하시 쥬리’의 한국 진출
[성주원의 세상보기]일본 아이돌 ‘타카하시 쥬리’의 한국 진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3.12 21: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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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4일, 일본 걸그룹 AKB48의 멤버 타카하시 쥬리(高橋朱里, 21)가 AKB48(=2005년에 결성된 일본의 여성 아이돌 그룹)을 졸업하고 한국 기획사 ‘울림’과 전속 계약을 맺고 한국에서 데뷔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녀의 이러한 행보는 파격적이다. 그동안 한국 아이돌에 일본인 멤버는 많았지만 대부분 한국 연예기획사의 오디션에 합격하여 수년간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은 경우였다. 하지만 타카하시 쥬리의 경우 일본의 인기 탑 아이돌로 활동하다가 일본에서의 입지를 뒤로하고 한국 연예계로 진출하여 다시 아이돌로 데뷔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타카하시 쥬리가 자신의 일본에서의 위치를 포기하고 한국에 온다는 것에 더욱더 놀라는 사람이 많다. AKB48 총감독 후보로 거론될 만큼 48사단의 핵심 구성원이었기 때문이다. 팬덤 파워의 척도인 AKB48 총선거 기준으로만 보았을 때도 그녀는 2018년 기준으로 300여 명 중에서 12위. 상위 4%에 속하는 최정상급 멤버였다. 게다가 운영진이 뒷받침을 계속 해주었고 리더 자리에 있었다는 점, 동료들의 지지와 악수회(=유명인이 자기의 책이나 영화, 음반 따위를 홍보하기 위하여 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행사)의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아도 그녀는 AKB 내의 강한 정신적 버팀목 같은 존재였기에 팬들의 놀라움은 더 컸다.

하지만 울림으로의 이적은 이성적으로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내린 결단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AKB48가 최정상이었던 2010년에 비해 지금은 AKB48 자체에 대한 언론 노출이 많이 줄어들었고, 나름 유명하다는 멤버조차 이름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일본인들이 생각보다 드문 상황이다. 그리고 2011년 AKB48 공식 라이벌 그룹으로 시작했던 노기자카46(乃木坂46)가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 일본레코드대상(日本レコ?ド大賞)을 수상하면서 AKB48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되었다. AKB48을 졸업한 이후 일본 연예계에서 홀로서기에 성공해 전과 같은 인기를 유지하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한국으로의 이적을 결단했다는 견해도 있다.

타카하시 쥬리의 결단이 ‘프로듀스48’을 경험한 후 K-pop과 J-pop의 격차를 깨닫고 난 후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프로듀스48’은 2018년 6월 15일∼8월 31일 방송된 대한민국의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AKB48의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한일 합작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기획되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K-pop은 J-pop의 영향을 받았다는 느낌이 있었고, 실제로 J-pop의 매출 및 글로벌 경쟁력이 K-pop보다 우월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007년 이후 K-pop은 J-pop의 영향력에서 완전하게 벗어나 World-pop이 된 반면, 일본은 ‘갈라파고스화(化)’ 되어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 진출한 카라(KARA), 소녀시대, 트와이스(TWICE) 등 걸그룹은 일본 여성들의 롤모델로 자리매김하지만, AKB48 등 일본 아이돌은 ‘어설프고 부족하기 때문에 더 응원하고 싶다’는 모성애나 부성애를 자극하는 마케팅에 주로 의존하는 경향이 많았기에 그 차이는 현격하다.

타카하시 쥬리 자신도 새로운 시작에 대한 두려움, AKB48에 대한 미련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끝까지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진지하게 한국행을 결정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여러 가지 면에서 그녀의 한국행은 본인의 도전뿐만 아니라 한일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태풍을 몰고 올 큰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태풍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작년에 같이 프로듀스48에 출연했고 9월 AKB48에서 졸업한 타케우치 미유(竹?美宥)가 3월 6일 한국에 입국하여 ‘미스틱 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한 사실을 발표했다. 또한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프로듀스48 출신 친한파 AKB48 멤버 미야자키 미호(宮崎美?), JYP 영입설이 나오는 치바 에리이(千葉 ?里) 등 많은 프로듀스48 출신 멤버들의 한국행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타카하시 쥬리와 타케우치 미유의 한국 데뷔 성공을 기원한다. 그리고 더 많은 일본 연예인의 한국 진출을 기대한다. 이를 통해 한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성주원 (한의사, 울산한의사회 복지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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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모 2019-03-13 13:25:17
도전하는 그 모습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