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한 표, 튼튼한 조합의 자부심
깨끗한 한 표, 튼튼한 조합의 자부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3.11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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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코앞이다. 차제에 4년 만에 치러지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의 역사부터 잠시 살펴보자.

임명제로 운영되던 조합장선거는 1980년대의 민주화 바람을 타고 1988년부터 선출제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때부터 기부행위로 인한 혼탁선거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선출제가 공정성 문제를 야기하자 2004년에는 ‘조합법’이 개정되었고, 2005년에는 선거관리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맡는 위탁선거가 처음 선보였다. 2014년에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2015년에는 농협·수협·산림조합 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실시되었다. 이렇듯 조합장선거는 관리를 선관위에 맡길 정도로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공직선거 못지않게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권을 조합원만 갖기 때문에 비조합원 대부분은 조합장선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조합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이웃과 지역사회와 깊숙이 연관되어 있다. 농수산물부터 조합은행까지 모두 조합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이 행사하는 한 표는 작지만 지역사회와 이웃의 생활에 변화를 가져다주는 나비의 날갯짓과도 같다.

선거관리가 선관위에 맡겨진 이유를 생각하면 알 수 있듯, 조합장선거는 한때 ‘고무신 선거, 막걸리 선거’로도 불렸다. 고무신이나 막걸리만 돌리면 당선이 되는 혼탁한 선거를 비꼰 데서 나온 말이다. 요즘 그런 것은 사라졌지만 조합원의 표를 다른 종류의 선물이나 금품으로 사려는 행위는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는 선거법 위반으로 적발된 건수가 전국적으로 860건이나 되었고, 이 중 기부행위가 340여건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선거관리를 우리 선관위가 맡은 후 금권선거가 줄어들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지만 아직도 보도매체들은 조합장선거와 관련한 부정행위들을 끊임없이 보도하고 있다.

현장에서 선거인들을 만나보면 “차라리 돈 많이 쓰는 사람 당선시켜 득도 보고 지역경제도 살려야 한다”는 논리를 펴거나 “어차피 돈선거는 없어지지 않는다”고 비관적으로 말하는 분들이 있다. 뿌리 깊게 박힌 돈선거의 관습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방증인 것 같아서 안타깝다. 명심할 것은, 부패한 과정은 반드시 부패한 결과를 낳고, 돈선거는 조합과 지역사회를 위해 진정으로 일할 일꾼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수레나 자동차의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에 꽂는 작은 핀을 ‘린치핀(linchpin)’이라고 한다. 이 린치핀은 거대한 자동차에 비하면 아주 작아서 쓸모가 없어 보이기까지 하는 부품이다. 하지만 린치핀이 없다면 바퀴가 빠져버려 자동차는 움직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존재’라는 의미도 지닌 이 부품은 어찌 보면 조합장선거에 임하는 조합원들의 한 표와도 같다. 거대한 지역사회를 돌릴 수 있는 작지만 필수적인 구성요소이기 때문이다.

선거권자들은 조합원의 한 표가 이웃과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린치핀임을 잊지 말고 양심적인 투표와 불법선거 근절에 스스로 앞장서 주었으면 한다. 4년간 조합을 잘 이끌어나갈 조합장을 뽑기는 데는 돈이나 과일상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조합원들은 오직 후보자의 능력과 성실함, 그리고 공약을 보는 눈을 가져야 할 것이다.

불법선거운동을 목격한다면 국번 없이 ‘1390’으로 신고해서 최고 3억원의 포상금도 받고 조합원의 자부심도 지키도록 하자. 조합원 스스로가 공정하고 아름다운 조합장선거를 만들 때 더 아름다운 지역사회, 더 튼튼한 조합이 완성될 것이다.

<박정환 중구선관위 홍보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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