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수의 ‘아모르파티’
어느 가수의 ‘아모르파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3.07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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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우사의 빨간 망토 같은 화려한 옷을 걸치고 춤을 춘다. 흥이 나 옷자락을 잡고 빙글빙글 돌면서 춘다. 16비트의 빠른 전자댄스음악(EDM)에 맞추어 신나게 춤추는 왕년의 트로트 가수 김연자의 공연 한 장면이다. 노래는 ‘아모르파티’….


요즘 10대부터 60대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이 노래를 들으면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처음 언뜻 들어보면 어디가 1절이고 어디가 2절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누구나 빈손으로 와/ 소설 같은 한 편의 얘기들을/ 세상에 뿌리며 살지/ 자신에게 실망하지 마/ 모든 걸 잘할 순 없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 인생은 지금이야/ 아모르 파티~ 아모르 파티~ (하략)

대학생들도 떼창으로 잘 부르는 노래다. 그래서 중장년 층에 인기 있었던 왕년의 트로트 가수가 이제 대학축제 섭외가수 1위가 됐을 정도다. 목소리 성량이 너무 좋아 마이크를 아래로 길게 내려서 부르는 일명 맷돌창법을 즐겨 사용한다.

그녀는 45년 전 가요계에 데뷔했다. 1981년 ‘노래의 꽃다발’이란 트로트 메들리 앨범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고, 7,80년대 일본에서 활동을 시작한 원조 한류가수이기도 하다. 또 서울올림픽 찬가 ‘아침의 나라에서’를 일본어로 개사해 히트시킨 후 여러 곡을 현지에서 유행시켜 대형 엔카가수로 인정받았다. 이제 데뷔 반세기를 맞이했는데, 공교롭게도 6년 전에 발표한 ‘아모르 파티’가 최근 역주행 인기를 끌면서 제3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 노래가 스테디셀러로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녀의 순수한 얼굴모습과 파워풀한 목청 이외에, 한동안 일본에서 마음 고생한 것 때문에 그래도 팬들이 보살펴주어야지 하는 선한 동정심도 한몫 했을 것 같다. 실은 라틴어 아모르파티(Amor Fati)는 ‘네 운명을 사랑하라’라는 뜻이다. 독일 철학자 니체의 《즐거운 학문》《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언급했던 바로 그 운명관(運命觀)이다. ‘파티’라 하여 ‘파티(Party)’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자기의 운명을 사랑하려는 마음은 누구든 갖고 있지 않은가? 음악에서 신나게 흘러나오는 가사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을 잘 듣고 있으면,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마치 자기 인생의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들려 더욱 감흥이 간다.

이 말의 특징은, 누군가의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상황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운명에 순응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임하고 맞서라는 뜻과 일치하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으로 전환하여,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운명을 감수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오히려 이것을 긍정하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사랑하는 것이다.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는 것보다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최근 신간서점 점두에 눈에 띄는 베스트셀러들은 대부분 ‘나’에 관한 도서다. 심지어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이라는 코너를 별도로 마련하여, 광고에 매진하는 그들의 심정을 역력히 볼 수 있다. <자존감 수업>, <나는 나대로 살기로 했다>와 같이 소위 트렌드 예언가가 말하는 미래의 ‘나나랜드’로 변해가는 듯하다.

우리는 한평생 살아가고 경험하면서, 삶이 너무 짧다거나 길다거나 한탄해버린다. 때로는 풍요롭지만 가난하다고 내뱉는다. 어떤 때는 충실하다거나 공허한 느낌이 든다고도 실토한다. 우리의 삶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한정된 삶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낄 때가 많다. 신체 즉 육신의 한계점을 느낄 때다. 그런데도 이러쿵저러쿵 마음대로 판단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어쩌면 그것은 우리 모두가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김원호 울산대 인문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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