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안전덮개 미착용 많아 ‘무용지물’
가방안전덮개 미착용 많아 ‘무용지물’
  • 강은정
  • 승인 2019.03.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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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학년 혼자 씌우고 벗기기 불편… 시교육청 “만족도 조사로 수정 보완”
7일 울주군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들 대다수가 가방 안전덮개를 하지 않은 채 하교하고 있다. 	윤일지 기자
7일 울주군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들 대다수가 가방 안전덮개를 하지 않은 채 하교하고 있다. 윤일지 기자

 

초등학생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제공한 ‘가방 안전덮개’가 불편함을 이유로 외면받고 있다.

7일 중구 유곡동 한 초등학교 앞. 하교 시간이 되자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1개반 학생 약 30명이 교문을 나서는 동안 안전덮개를 씌운 가방을 멘 학생은 2명 가량이었다. 또 다른 반 학생들도 안전덮개를 씌운 학생은 1~3명 가량이었다. 이날 100여명이 학생들이 하교하는 동안 안전덮개를 씌운 학생은 10명 채 안되는 수준이었다.

다른 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앞서 오전 남구의 한 초등학교 등굣길에 초등생들 대다수가 안전덮개를 하지 않은 채 교문을 들어섰다.

울산시교육청은 안전한 등하굣길을 위해 예산 8천여만원을 들여 가방안전덮개 1만3천여개를 제작해 울산지역 모든 초등학교 신입생에게 전달했다.

안전덮개는 스쿨존에서는 시속 30km 이하로 서행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30’이라는 숫자가 적혀있다. 비가 오는 날이나 어두운 날에도 운전자들이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형광 노랑색으로 눈에 띄도록 했다. 방수 기능을 갖춰 젖지 않도록 하는 기능성 덮개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안전덮개를 씌우지 않는 학생들이 더 많은 이유는 뭘까. 답은 ‘불편함’에 있었다.

안전덮개는 가방 외부를 감싸는 천이다. 가방을 열려면 이 덮개를 벗겨낸 뒤 물건을 꺼내야한다. 이 과정에서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중구 유곡동 김모(40·여)씨는 “입학식날 안전덮개를 받아서 사용해봤는데 아이 혼자 씌우고 벗기기 힘들어했다”라며 “보다못해 내가(학부모) 씌워줬는데 아침에는 씌우고 가더라도 하굣길에는 혼자 하기 힘들어 보인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학교에 가서도 벗겨놓은 뒤 잘 챙겨놓으면 다행인데 우리 아이가 잘 잃어버리는 편이어서 걱정”이라며 “스티커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눈에 띄는 것이 오히려 싫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다른 학부모 조모(39·여)씨는 “안전덮개를 하고 다니는건 초등 1학년 학생이라는걸 광고하고 다니는 것”이라며 “범죄에 노출될 수 있고 어리다고 놀림을 받기도 할 것 같아 안씌우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하굣길에 아이를 데리러 가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큰 걱정이 없다”라며 “선생님이 꼭 씌우고 오라고 하면 챙기겠지만 의무가 아니라면 굳이 덮개를 사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학부모들은 안전덮개 사용을 2~3학년 학생들을 우선적으로 사용해서 신입생들도 자연스레 배울 수 있도록 유도하는 편이 낫다고 지적했다.

학부모들은 신발주머니, 보조가방을 형광노랑색으로 만들어 들고 다닌다면 훨씬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아이들 보다는 운전자의 안전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처음 시행하는 정책이다 보니 시행착오가 발생하는 것 같다”라며 “안전덮개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가정통신문을 발송했고, 한번 더 각 학교에 안전덮개 사용을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는 6월 가방안전덮개 만족도 조사를 벌여 그 결과를 토대로 수정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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