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교육청 직원들의 스스럼없는 의견개진
울산교육청 직원들의 스스럼없는 의견개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3.0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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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교육청이 날로 진화를 거듭하는 모습으로 비쳐져 시선을 모은다. ‘불합리한 공직문화를 개선하고 건강하고 신명나는 공직문화를 만들어 나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는 것이 뚜렷해 보이는 것이다. 이는 이전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주입·하향식 청렴문화 조성 제스처 같은 것과는 격이 달라도 한참 달라 보인다. 필시 ‘구성원 간의 스스럼없는 소통’이라는 민주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럼없는 소통’의 본보기는 지난 5일 울산교육청사에서 열린 3월 ‘다모임 회의’(=직원 정례회의)에서 볼 수 있었다. 교육청 직원들은 청탁금지법 강의를 먼저 들은 다음 의견수렴과 토론의 시간을 따로 가졌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직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다양한 의견’에는 △불편한 회식문화 △불합리한 업무보고 문화 △서열·연고 중심의 문화 △불통의 문화에 대한 개선 요구가 포함됐다. 교육청 관계자의 말마따나 ‘평소의 불편·불만이 허심탄회하게 오고간’ 것이 분명해 보인다.

교육청 지도부가 직원들의 성향과 조직내부의 동향을 은밀히 파악해서 ‘친노’ ‘반노’로 편 가르기 할 목적으로 마련한 자리가 아니었다면 제법 후한 점수를 주어도 좋을 것 같다. 가뜩이나 연공서열이 중시되는 공직사회에서 ‘평소의 불평·불만’까지 허심탄화하게 나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자유로우면서도 수평적인 분위기가 보장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역대 교육감 시대와 뚜렷이 비교되는 강점으로 비쳐진다.

이날 자리를 같이한 한 직원의 소감이 귀담아들을 만하다. 직원 A씨는 “앞으로도 평소의 생각을 자유롭게 꺼내고 문제점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평소에는 말하기 어려웠던 것을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분위기 속에서 울산교육청의 일원이라는 존재감과 소속감이 강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시점에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의견수렴을 거쳐 진단한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의지와 실천적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은 △회식문화의 개선 △존중하고 소통하는 문화의 배양 △서열과 계급 문화의 개선 △업무보고 문화의 개선을 희망했다. 특히 ‘존중하고 소통하는 문화의 배양’ 대목에서는 직원 호칭을 ‘선생님’으로 통일해서 배려 받고 있다는 느낌 갖게 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내부회의를 진행할 때는 차나 음료를 생략하고, 커피는 스스로 타서 마시고, 자기 컵은 자기가 씻고, 직장 내에서는 존댓말을 사용하고, 먼저 인사하고, 사적 농담을 자제하고, 부서장과 대화의 시간 자주 갖도록 하자고 주문했다.

신선하고 바람직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울산교육청은 이처럼 순수한 직원들의 마음을 최대한 존중할 줄 알아야 ‘건강하고 신명나는 공직문화’의 개화에 일조하게 될 것이다. 다행한 것은 노옥희 교육감이 직원들의 희망사항을 사심 없이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이다. 교육감은 “이번 시도는 변화를 위한 작은 몸부림”이라며 “앞으로도 불합리한 조직문화는 교육청이 솔선수범해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이 꼭 지켜지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변화의 바람’을 울산교육계 전체에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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