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공간
교육의 공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3.0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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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과 3월은 아쉬움과 설렘이 가득한 달이다. 정든 학교를 떠나야 하는 아쉬운 과거와 새로운 학교를 만나게 될 설렘의 미래가 공존한다. 그래서 해마다 이맘때쯤 느끼는 감정은 시원섭섭하고 홀가분하고 가슴이 벌렁거려 마음이 쿵쾅거린다. 요동치는 마음을 다잡아 새로운 봄을 기다리며 신입생을 맞아야 하는 학교의 풍경은 고요 속의 분주함이다.

봄방학이라 등교하지 않는 학생들의 텅 빈 교실을 마주할 땐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서 익힌 바른 인성과 지식으로 저마다의 꿈을 키웠으면 했다. 급식소를 마주할 땐 학생들이 우리 식당에서 만든 건강한 음식을 먹고 몸이 튼튼해졌으면 했다. 넓은 운동장을 바라볼 땐 학업에 지친 학생들이 친구들과 축구하며 마음의 스트레스를 풀었으면 했다. 교정에 있는 벤치를 볼 땐 삼삼오오 이야기 나누는 학생들에게 공감하고 휴식이 되어주는 학교였으면 했다.

머물고 싶은 곳이라면 다양한 이벤트가 있어야 한다고 어느 건축학자가 말했다.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거리의 상점들은 친구와 연인과 함께 거닐다 한번쯤 들어가 보고 싶게 만든다는 것이다. 호기심과 궁금증을 갖고 상점에 들어가서 그 공간과 호흡한다는 것이다. 한걸음 내디딜 때 그냥 지나칠까 아님 들어가 볼까 고민하는 경우의 수가 많을수록 사람들은 기대하며 모이게 된다. 만약 모든 상점들이 계획된 듯 획일화되어 있다면 삭막한 기분이 들어 사람들은 그냥 지나쳐가 버린다는 논리였다.

위 논리대로라면 학교는 우리 반이나 옆 반이나 모두 똑같은 수업공간이다. 때로는 영어실, 과학실, 음악실, 도서실 같은 조금은 다른 모양의 교실을 만나기도 하지만 수업의 대부분을 보내는 학급 교실은 거의 동일한 면적에 동일한 구조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머물고 싶은 학교는 불가능한 것일까?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파급력은 상당히 컸다. 학교시설을 책임지고 있는 나에게 스카이 캐슬은 교육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 마치 자연 속에 와 있는 듯 고급스런 이태리풍의 타운하우스 주거공간뿐만 아니라 드라마 속 고등학생들이 다니는 학교가 눈에 들어왔다. 학교의 복도는 하단부까지 유리창으로 길게 연결되어 있어 대화를 나누는 학생들의 표정이 살아나도록 햇살이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이 장면이 잊혀지지 않았던 나는 경기도에 있는 실제 학교를 찾아갔다. 학교는 대로변 코너에 위치해 있었다. 초록빛 운동장이 오른쪽 면에 넓게 차지하고 있었고 운동장을 낀 바로 뒤쪽에는 본관 건물이 세워져 있었다. 남녀 기숙사동을 비롯한 주요 건물들이 계단으로 올라가면 2층으로 모두 연결되어 있었다. 아마도 학생들 이동이 편리하도록 동선을 고려한 듯 했다. 외부에서 학교 건물로 올라가는 첫 관문인 돌계단을 밟고 있노라니 미지의 성으로 초대된 공주님이 되어 한 발짝씩 다가서는 기분이 들었다. 채광이 뛰어났던 복도 유리창도 직접 보았고 본관 건물의 높은 층고에 어울리는 수능대박 기원 크리스마스트리와 탁 트여 개방감 있는 현관 로비도 만나고 왔다.

기숙사 가는 길목에서 만난 여학생은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커리큘럼을 비교해보고 이 학교를 선택했고 고3 올라가는 지금도 학교를 신뢰하고 만족도가 높았다. 쾌적하고 효율적인 캠퍼스가 학교 만족도를 높이는 상당부분을 차지하리라 생각된다.

우리가 근무하는 학교는 학생들에게 교육의 공간이다.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받을 수 있는 권리는 학생들만이 가진 특권이다. 지어진 건축물 구조를 바꿀 수는 없지만 깨끗하고 아늑한 교실과 쾌적한 화장실 만들기는 얼마든지 우리의 노력에 따라 가능하다. 더 나은 공간을 위한 세심한 배려로 언제나 머물고 싶은 학교를 다함께 만들어보자.



<양소빈 울산 달천중학교 행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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