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100주년…지역사회에 던진 과제
3·1절 100주년…지역사회에 던진 과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3.0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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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우리 국민들에게 두 가지 관점에서 의미가 깊은 해다. 하나는 일제강점기인 1919년 3월 1일을 기해 한반도 전역에 들불처럼 번졌던 ‘3·1독립만세의거’ 100주년이 되는 해이고, 다른 하나는 3·1만세의거의 연장선상에서 중국 상하이에서 세워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3·1만세운동 100주년을 맞아 울산에서도 뜻깊은 행사들이 줄을 이었다. 그중에서도 돋보인 것은 울산문예회관에서 진행된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와 울산대공원 동문 광장에서 진행된 ‘울산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 기념대회’일 것이다. 이 두 가지 기념행사 중에서도 본란에서는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송철호 울산시장이 경축사를 통해 남긴 말에 특별히 주목하고자 한다.

이날 송 시장의 경축사는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말들로 넘쳐난 명문이었다는 평가가 있다. 송 시장은 경축사 첫머리에서 1961년 3월 5일자 부산일보 보도를 인용, 항일무장독립투쟁에 앞장섰던 광복회 총사령 ‘고헌 박상진 의사’의 부인 최영백 여사의 한 많은 삶을 떠올렸다. ‘면목이 없다(=볼 낯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는 독립유공자 집안의 가족과 후손들에 대한 시민적 관심을 촉구하는 말이었다.

송 시장은 또 역대 시장의 경축사에서는 쉽사리 듣기 힘들었던 역사적 사실을 떠올리며 절제된 언어로 인물 평가도 했다. “울산의 독립운동사에는 입암 출신 17세 새댁으로 아이를 업은 채 일제의 감시망을 뚫고 비밀연락책이 되었던 손응교, 1930년대 학생·노동자로 항일운동을 펼쳐 4차례나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었던 이순금, 울산청년동맹과 신간회울산지부를 이끌었던 성세빈, 조형진 등 수많은 여성과 청년 투사들이 있었다”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송 시장은 3·1만세의거에 고무돼 울산에서 2~3일 간격으로 일어난 언양(1919년 4월 2일)-병영(4월 4~5일)-남창(4월 8일) 만세의거도 상기시켰다. 이들 의거를 ‘치열했던 만세의거’였고, 사상자 속에는 ‘서훈도 없이 잊혀진 여성과 청년’의 이름도 있다며 손입분, 김길천, 이효정, 김인식 열사의 이름을 일일이 불렀다. 우리 지역 애국선열들의 고결한 민족정신을 다 같이 기리고 이어받자고 시민들에게 호소한 것이다.

송철호 시장의 3·1절 100주년 경축사는 어느 한 곳 흠잡을 데가 없었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러나 시장의 말이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시민들이 느끼게 될 상실감은 의외로 클 수도 있다. 그러기에 “친일분자 집안 3대는 흥해도 독립운동가 집안 3대는 망한다”는 속설을 속 시원하게 뒤집을 실천적 행정과 행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차제에 울산시는 독립유공자 서훈 명부에도 오르지 못한 독립유공자는 없는지 꼼꼼히 살피는 사업을 3·1만세의거 100주년이 되는 올해 당장 시작했으면 한다. 독립운동가 찾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배문석 ‘울산노동역사관1987’ 사무국장의 말을 귀담아듣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는 “울산지역 독립유공자는 모두 옥고를 치른 분들”이라며 “손입분 열사처럼 만세의거에 나섰다가 사상한 분들은 서훈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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