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구, 오락가락 행정에 노점상 철거 위기
울산 중구, 오락가락 행정에 노점상 철거 위기
  • 강은정
  • 승인 2019.03.03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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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동 맨발의 청춘길 조성 후 노점 허가 약속구청장·담당자 교체 후 입장 번복해 철거 예고상인 “구청 ‘모르쇠’ 행정에 생존권 박탈 위기”
중구 성남동 맨발의 청춘길에 있는 노점상이 철거 위기에 놓여있다. 장태준 기자
중구 성남동 맨발의 청춘길에 있는 노점상이 철거 위기에 놓여있다. 장태준 기자

 

“생존권이 걸린 문제인데 구청에서는 ‘나몰라라’ 하며 강제 철거한다고 통보했습니다.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피해 본 우리는 어디에 하소연 해야 합니까.”

울산시 중구의 한 생계형 노점 상인이 쫓겨날 위기에 처하면서 중구의 오락가락 행정이 논란에 휩싸였다.

3일 울산시 중구 성남동 맨발의 청춘길. 이곳은 환경정비 사업을 끝내고 이달 중으로 ‘걷기 좋은 길’로 조성돼 주민들에게 개방된다.

이 사업은 박성민 전 중구청장 재임 당시 7080 콘셉트 디자인과 조형물, 노점 특화거리, 포토존을 설치하는 복고풍 테마거리 조성을 위해 추진됐다. 당시 중구는 이 사업의 시작을 위해 2017년 노점상을 철거하고 거리를 조성한 후 다시 노점 자리를 내주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6.13 지방선거 이후 박태완 구청장으로 바뀌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보행자 편의를 위해 환경을 정비한다는 계획으로 변경된 것이다.

사업이 변경되자 십 수 년째 이곳에서 액세서리 노점을 운영해온 영세 상인에게는 ‘철거’ 예고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 골목에 매대를 갖춘 노점 1곳은 장애를 가진 노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구청 도로점용허가를 받고 운영하고 있는 합법적인 노점상이다. 2017년 노점 철거 당시 ‘생계형 노점상’이라는 이유로 구청에서 생존권을 보장해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2년여의 시간이 흐른 현재는 사업 방향이 바뀐 데다 인근 상가건물에서 ‘민원’을 제기하면서 철거 위기에 놓였다.

노점상인 A씨는 “당시 구청에서 하는 사업이어서 협조했는데 도로점용허가 갱신 기간이 다가오자 구청에서 재허가를 내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며 “업무 담당자는 ‘전에 이뤄진 약속 등은 모른다’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 우리에게 계속 ‘철거’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구청 공무원이 이전 자리를 마련하기도 전에 철거부터 해 결국 내쫓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중구는 지난달 27일 이 노점상에 도로점용 허가 취소 통보 공문을 발송했다. 도로점용 허가가 취소되면 결국 불법 노점상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이에 대해 중구는 노점상 철거는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중구 관계자는 “이 거리에 유일하게 이곳만 노점을 하고 있고, 주민을 위해서라도 노점을 철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전 자리를 찾아 봤지만 마땅한 자리가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점상과 협의를 진행했지만 의견이 달라 진척이 없다고 설명한 뒤 “일단 노점 철거를 한 뒤 이전자리를 알아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양측의 대립이 고조 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8일까지 자진 철거 계고장이 발송돼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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