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詩] 동행 / 한방환
[디카+詩] 동행 / 한방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2.2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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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무이요  빨리 오이소

와?

뭐가 그리 급하노

찬찬히

꽃 구경 하면서 갈란다

 

요즘 나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첫인사가 친정엄마는 좀 어때요?라고 물어 온다.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니 그저 그래요 라고 대답하지만 잠깐 이나마 웃고 떠들고 배고프면 맛있는 음식 찾아 먹었다는 게 미안할 때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한방환 선생님의 다카시 《동행》이 그저 부럽기만 하다. 저 연세에도 건강하게 자식들과 동행할 수 있다니 아파서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는 친정엄마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오랜만에 부모를 모시고 나온 아들은 여기저기 더 구경시켜드리고 싶어 빨리 오라고 하고 나이 드신 어머니는 오랜만에 나왔으니 하나라도 자세히 보아야 하고 그 느낌을 알 것 같아 한참 동안이나 다카시를 감상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분별력과 삶에 대한 애착이 깊어지는 것이라고 어느 철학자가 말했다. 친정엄마를 보니 확실히 그런 것 같다. 몸은 아프고 이제 내가 더 이상해줄게 없겠다 싶은지 자식들에게 더 애착을 느껴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묻는다.

내가 먼저 해야지 하다가도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일상을 돌리고 있으면 전화를 해야지 하는 생각도 잊어버리고 있다가 전화를 받는 불효 자식이 되고 만다.

이제는 누가 먼저 전화를 하면 어때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들려줄 수 있다면 행복한 일이겠지, 언제까지 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감정이 목구멍과 연결되었는지 뜨거운 것이 올라 온다. 

내가 운이 좋아 친정엄마가 다시 건강해져서 나와 동행할 수 있다면 다람쥐 쳇바퀴 돌리 듯 똑같은 일상을 접어두고 나도 친정엄마 손을 잡고 여태껏 제대로 해 본적 없는 따뜻한 동행을 해볼 생각이다.

글=박해경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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