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 속의 불편한 진실
편안함 속의 불편한 진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2.26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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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 정치가, 환경운동가로 잘 알려진 미국의 전 부통령 엘 고어(Al Gore)가 출연한 영화로, 기후변화 현상과 영향, 미래 시나리오, 기후변화 대응 행동요령에 대한 과학적 사실들을 강연의 형태로 풀어나가는 작품이다.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기후변화는 분명히 일어나는 사실이고, 그 책임은 화석연료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인간에게 있으며,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막으려면 우리의 삶을 변화시켜야만 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기후변화를 파헤친 영화 ‘불편한 진실’을 서두에 언급한 것은 대기환경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이다.

지난 15일부터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약칭 미세먼지법)’이 시행되었다. 법 시행으로 시민 생활에 영향을 주는 부분은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일 것이다. 그 일주일 후인 22일, 시행 후 처음으로 제주도를 제외한 전 지역에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었다. 

비상저감조치는 형태에 따라 ‘예비저감조치’, ‘비상저감조치’, ‘광역저감조치’로 구분된다. 예비저감조치는 모레 비상저감조치 시행 가능성이 높을 경우 하루 전(즉 내일)에 발령하는 선제적 비상조치이고, 광역저감조치는 효과를 높이기 위해 2개 이상의 시·도에서 함께 시행하는 비상조치이다.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공공부문은 차량 2부제가 시행되고 공공사업장·공사장은 운영시간을 조정해야 한다. 또 석유정제품 및 기초유기화합물 제조업의 가열시설과 고체연료사용 발전시설, 시멘트제조업의 소성시설 및 분쇄시설은 가동시간을 조절하거나 대기오염방지시설의 효율을 개선해야 한다. 

일반차량의 경우 2부제에 강제성은 없으나 일부 차량의 운행이 제한되고, 대부분의 공공기관과 공영주차장에서는 사용이 제한된다. 미세먼지 주의보와 경보가 그 농도가 대기환경기준을 초과한 후에 발령되는 것과는 달리 비상저감조치는 주의보 및 경보 수준으로 오염이 심화되기 전에 발령되는 사전대응 조치이다. 

우리나라는 과거에 비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대폭 줄였고, 그 결과 대기오염 수준이 대폭 개선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농도 대기오염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요 원인은 경우에 따라 달라지지만 중요한 한 가지 변수는 ‘기상’이다. 고농도 대기오염의 원인은 대부분 “대기 정체”에서 비롯된다. 

겨울에는 중국을 비롯한 국외에서 유입된 오염물질이 국내에서 정체된 가운데 국내에서 배출된 대기오염물질까지 더해져 오염이 가중된다. 여름에는 국내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이 정체된 상황 속에서 확산되지 못한 채 계속 축적되고 광화학반응까지 일어나 오염이 가중된다. 이처럼 대기가 정체되면 오염물질이 축적되어 농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 시선이 집중된 중국이 아니더라도 고농도 미세먼지는 다른 요인으로도 생성될 수가 있다. 국내 배출원에 관심을 가지고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지속적으로 줄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국내 배출 오염물질을 최대한으로 줄이면 대기가 정체되더라도 조금이라도 개선된 대기환경을 기대할 수 있고,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국제협상에서도 더 큰 목소리를 낼 수가 있다.  

필자를 포함해 우리들 대부분은 육체적 안락함과 편안함을 추구하기 위해 과학기술과 사회를 발전시켜 왔다. 그 결과 우리 주변의 생활환경은 과거보다 몰라보게 나아졌지만, 동시에 에너지 사용량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우리는 미세먼지 문제를 걱정하고 해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홀로 차를 운전하며 이동하고, 필요 이상의 냉·난방을 하는 등 에너지를 과소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대부분 화석연료의 연소로 생성되고, 연소 과정에서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된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줄이는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전되기는 했으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모든 부문에서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려고 노력한다면 더 많이, 더 효과적으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을 걱정하면서도 생활 속에서 대기오염물질을 아무렇지 않게 배출하는 아이러니 속에 살고 있다. 이처럼 불편한 진실 속에서, 조금은 불편하게 생활하면서도 조금은 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스스로 물어본다. 

< 마영일 울산발전연구원 환경안전연구실 환경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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