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조 칼럼]4대강 보(洑) 해체
[신영조 칼럼]4대강 보(洑) 해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2.26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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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4대강 평가위가 금강, 영산강의 5개 보(洑) 가운데 세종·공주보(금강)와 죽산보(영산강)를 해체하는 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나머지 백제·승촌보도 보 수문(水門) 상시개방 결론을 내렸다. 혹자들은 설마 이렇게까지 할 것인가 했지만 결국 그렇게 되고 말았다. 보 하나에 수천억씩 들여 지어놓고 건설된 지 7년도 안 돼 다시 막대한 국민 세금을 들여 허물겠다는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4대강 보 해체·유지비 문제로 전문가집단과 이해관계자들은 갑론을박 중이고 줄 잇는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환경단체가 문제 삼는 여름철 녹조는 수면 위로 떠오르는 성질 때문에 실제 문제보다 과잉반응을 부를 수 있다. 그 때문에 4대강 보를 허물겠다고 하는 것은 고속도로를 뚫고 보니 숲이 파괴돼 흉하다며 고속도로를 허물자는 것과 비슷하다. 백번 양보해 보 때문에 유속이 늦어지고 모래톱이 사라진 게 문제라면 수문을 조절하면 될 것 아닌가. 홍수 때는 수문 열어 홍수 막고, 갈수기 땐 물을 채워 농업용수로 쓸 수 있다.

4대강 보 해체는 처음부터 답을 정해놓고 있었던 건 아닌지 합리적 의심이 든다. 결정권을 가진 위원회엔 환경부 공무원이 7명이고 민간인 8명 가운데 3명은 환경단체 출신, 2명은 애초부터 4대강 사업을 반대해온 사람이다. 결론이 ‘뻔’한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4대강 보는 상식처럼 가뭄과 홍수를 막는 효과가 가장 크다. 그 효과는 100년, 200년을 두고 평가해야 한다. 이제 지은 지 7년 된 홍수·가뭄 방지시설에 경제성을 따진다는 것은 상식 밖이다. 대홍수나 심각한 가뭄으로 나라가 대형 피해를 입으면 누가 책임질 건지도 고민했으면 한다.

4대강 보로 확보한 본류 구간의 수자원만 7억t에 달한다. 한 해 강수량이 한두 달에 집중되는 수자원 부족 국가에서 그 가치는 막대한 것이다. 귀중한 세금을 들여 확보한 그 아까운 물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도 모자라 국가 시설물 자체를 파괴해버리겠다고 한다. 4대강 주변 농민들이 “이럴 수가 있느냐”며 반대하고 있다. 최근 공주 지역민들이 반대 시위를 했고, 작년 12월엔 낙동강 구미, 상주, 창녕 등 지역 농민들이 보 개방 반대 집회를 가졌다. 이 정부는 이 호소는 들은 척도 안 한다.

보로 인해 수질이 나빠졌다는 것도 믿기 힘들다. 해마다 강수량 등이 다르기 때문에 수질 개선 여부는 적어도 3~5년은 봐야 판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환경부는 고작 1년 남짓 조사해 놓고 수질이 나빠졌다고 한다. 환경부 분석에 쓰인 5개 수질지표 가운데 녹조, 저층 빈(貧)산소, 퇴적물 오염 등은 물이 정체되는 구간에선 나빠질 수밖에 없는 지표들이다. 반면 4대강 공사 이후 개선된 총인, 총질소, BOD 같은 수질지표는 무시했다. 유리한 건 넣고, 불리한 건 빼버린 평가란 생각이다.

과거 우리나라 강은 갈수기엔 ‘개천’으로 바뀌었다. 일부 구간은 바지를 걷고 건널 정도로 물이 부족했다. 심한 곳은 아예 물길이 끊어졌을 정도다. 그 개천 같은 물이 오염돼 악취가 진동했다. 어떤 사람은 강바닥이 드러난 개천 같은 강을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많은 국민은 풍부한 수량으로 수려한 경관을 되찾은 지금에 더 만족한다.

보를 원상북구(파괴)해 ‘도랑’처럼 돼 썩으면 그게 환경적인지 반문하고 싶다. 필자는 다른 이야기(異見)를 틀린 이야기(誤見)로만 판단하는 것은 아닌지 조금은 아쉽다. 방향성도 중요하지만 속도도 중요하다. 모든 일은 지나치지 않아야만 한다는 상식을 바탕으로 심사숙고(深思熟考)하는 결정을 기대한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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